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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그림책
김태현 기자  |  gep4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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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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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 토토’라는 귀여운 제목과 대비되는 검은색 물체. 주로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그림책의 표지치고는 상당히 어두운 느낌을 준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세계 3대 그림책 상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 이하 BIB)’에서 1등상인 그랑프리를 차지한 달려 토토의 작가 조은영(일러스트레이션전공 수료)씨를 만나 그녀의 작품과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민 끝에 선택한 그림책

조은영 씨는 애초부터 그림책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다른 동기들처럼 디자인회사에 들어가려했던 그녀는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 4학년 때 휴학을 한다.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던 중,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그림에서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이런 일을 하며 산다면 평생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거 같았어요”라고 그 시기를 회상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꿈꿨던 그녀이기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속에서 그녀를 꺼내준 건 한편의 뮤지컬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보게 된 라이온킹에 등장하던 소품들이 너무 예뻤어요. 나도 저렇게 예쁜 그림들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 물론 안정적이지만, 너무 재미없는 삶이 될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에는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렸던 그녀지만 차츰 여러 장의 그림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는 “갤러리에 전시되는 그림은 각각의 개별적인 장면을 표현하지만, 그림책은 여러 장면이 모여 이야기를 이루게 돼요. 이런 점이 제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부분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 다양한 아저씨들의 모습


출판부터 수상까지 큰 도움이 된 서울시립대 디자인대학원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한 조은영 씨는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우리대학 디자인 전문대학원 일러스트레이션전공과정에 입학한다. 그 후 그림책의 소재를 찾던 그녀는 곽영권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의 도움을 얻는다.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 습작으로 그렸던 경마장에 관련된 작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은 것이다. 경마장 그림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그녀는 경마장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다.

주제가 정해지자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당시 전공과정의 정원은 5명이었는데, 교수 두 명과 강사 네 명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보다 많은 수의 선생님이 있었기에 깊이 있고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일러스트레이션만이 아니라 북아트, 디자인, 편집 등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만약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수상은커녕 출판조차 못했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달려 토토’는 2009년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책 박람회인 볼로냐아동도서전에 전시된다. 대학원에서 부스를 마련해 대학원생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그녀의 작품이 출판될 기회를 얻게 된다. 작품을 눈여겨 본 프랑스의 메모출판사가 출판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에 ‘달려 토토’는 지난해 프랑스판으로 먼저 출판됐고, 올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 질주하는 경주마들의 모습


자유롭게 달리는 토토, 자유롭게 그리는 작가

‘달려 토토’의 소재는 경마장이다. 보통 그림책의 소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책이 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조은영 씨는 “외국의 경우에는 그림책을 보는 데 있어 어른과 아이 구분이 없어요. ‘달려 토토’도 어린이만을 위한 그림책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달려 토토’에는 수염 나고 담배 피우는 아저씨가 많이 등장한다. 그녀는 “실제로 경마장에 계신 분들을 참고해 그렸어요. 한번은 사진을 찍다가 아저씨한테 혼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경마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말도 평범치 않게 등장한다. 경주 장면에선 황소나 코뿔소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말들이 달리는 모습에 특징을 부여해줘서 개성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림책의 초반 장면에는 경마로 인해 재산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을 표현한 해골인간이 등장한다. 도박 때문에 집을 잃게 된 사람은 집을 던지는 사람으로 나타난다. 어찌 보면 도박이나 경마중독은 나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느낄 수도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교육적인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니다. 그녀는 “교육적이거나 교훈적인 내용은 아니에요. 단지 경마장의 다양한 모습 중에 하나를 표현한 것일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어 힘든 점은 없었을까. 그녀는 “생각보다 힘든 일은 없었어요. 작업 중에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빼버리고 진행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작업이 오로지 그녀 자신의 작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잠시 디자인 회사의 발주를 받아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자신이 원치 않는 제약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했기에 자신의 작업은 자유롭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업을 했기에,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그림책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 경마장에 모인 군중들. 집을 던지는 사람과 해골 인간을 찾아볼 수 있다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 - 볼로냐 라가치상, 안데르센상과 함께 세계 3개 그림책 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랑프리 수상작 원화는 2013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메인 전시장 특별전에 초대되고 볼로냐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도록 표지에 실린다. BIB 2013 특별전에도 안데르센 수상작과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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