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대학진학률은 79%다. 이는 20년 전 수치(33.2%)보다 무려 2.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박사학위 취득자 수 또한 1만 1천여 명으로 20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고학력자들의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학력이 취업과 임금, 승진을 좌지우지하는 학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졌음을 시사한다.

많은 청년들이 학력주의에 시달리며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직난에 시달린다.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부족에 시달리며 외국인 고용을 허가해달라며 정부에 아우성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졸채용 확대를 바탕으로 한 ‘열린 고용사회 구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고졸채용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고 정부의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들도 많다. 하지만 학력차별, 임금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졸 채용 확대 배경, 인력공급시장 개선 위해

정부는 지난 2일 ‘공생발전을 위한 열린 고용사회 구현방안’을 발표해 열린 고용사회 구현을 위한 기본방향을 공개했다. 정부 방안에는 학교, 노동시장, 사회 세 주체의 전략적인 추진과제가 제시됐다. 먼저, 학교 측에서는 체험형 진로지도 체계 구축, 현장교육을 통한 취업역량 강화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노동시장 부분에서는 고졸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스펙이나 시험이 아닌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한 채용을 확산하고, 학력에 따른 임금, 승진제도를 성과 중심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사회 부분에서는 능력중심 사회를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전문 기술·기능인에 대한 대우 개선, 현장 전문가 중심으로 정부위원회 개편, 경력이 학위로 이어지는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상현 고용조사분석센터장은 “작년 5월에 열린 중장기인력수급전망보고에서 10년 후 전문대와 4년제 대졸자 4만 5000명이 초과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며 “정부의 끊임없는 노동시장 지원에도 인력수급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것은 노동시장(수요)의 문제가 아닌 인력시장(공급)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정부가 인력시장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라고 정부 방안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주요 기업들 고졸 채용 지난해 대비 19.2% 상승

정부의 고졸 채용 방안이 발표되자 주요 기업들은 잇따라 고졸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15일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개 그룹사가 하반기 고졸 채용 계획을 확정했으며 채용 예정 인원은 모두 1만 421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그룹사가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고졸 신입 1만 1920명에 비해 19.2% 늘어난 수치다. 삼성그룹은 전체 채용인원 1만 2700명 중 3700명의 고졸을 채용할 예정이며, LG그룹은 7100명 중 2700명을 고졸로 뽑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3000명), CJ그룹(1214명), 포스코그룹(850명) 등이 고졸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고졸 채용 바람에 이윤석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고졸채용바람은 현재 불균형을 이루고 있던 취업시장과 인력시장이 서서히 균형을 잡아가는 단계로 보아야 한다”며 “무조건 대학을 가야한다는 분위기를 상쇄시켜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될 학생들의 자원과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그는 “대학진학률이 2008년 83.8%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는 대학에 가는 것보다 취업시장에 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청년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며 “대학졸업장의 프리미엄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학력차별, 임금차별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정부 방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방안 자체로만 볼 때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직장 내에서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임금격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소위 명문대학 졸업자들은 연봉 3500만원의 정규직에 입사가 가능하지만, 수도권·지방대학 졸업자들은 연봉 2300만원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이 된다”며 정부방안이 임금격차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현재 고졸출신 은행권 차장들도 승진을 제대로 못해 야간대학, 방송통신대학에 다니는 실정”이라며 “결국 고졸자, 대졸자처럼 비교대상이 있는 곳에서는 차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졸자에 대한 차별, 고졸 채용 후의 명확한 방침 부재 등이 비판의 주된 목소리다.

정부의 방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각 계층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센터장은 “고용에서의 남녀차별도 오랫동안 노력해서 없어질 수 있었다. 학력차별도 범국민적인 노력을 통해서 없애야 한다”며 정부방안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에서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채용 인원을 좀 더 늘리고, 정부도 이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부모들 또한 학벌주의 의식에서 벗어나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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