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편된 중앙대 학제가 올해부터 적용됐다. 기존 77개 학과는 44개 학부·과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가정교육학과는 폐과 조치됐다.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은 취임 직후 소집된 전체 교수회의에서 “시대흐름과 글로벌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는 교육은 있을 수 없다”고 발언하며 대대적인 통폐합을 단행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4월에는 흑석캠퍼스에 설치된 타워크레인과 한강대교 상층부에 올라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실상 통합 아닌 일방적 폐합

지난 19일부터 중앙대 안성캠퍼스 조아론(중앙대 4)총학생회장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조아론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의 무리한 캠퍼스 이전 추진과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피해 학생이 많다”며 단식투쟁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학교 측에 대한 총학생회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캠퍼스 이전 전까지 안성캠퍼스에 대한 계획과 대책의 공개, 둘째는 본·분교 통합에 대한 운영 계획의 공개, 셋째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명문화된 대책이다.

조아론 총학생회장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학과들은 올해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음에 따라 정원미달로 전공수업이 폐강되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학생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수업이 운영돼도 4~5명의 학생만이 수강해 상대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서는 흑석캠퍼스에 전공강의를 개설해놨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으로 수강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예술대학 디자인학부에서는 예산삭감으로 인해 전문기사가 아닌 학생이 목공장비를 다루다가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안국신 중앙대 총장과 면담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론 총학생회장은 학생총회가 열릴 오는 28일까지 단식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중앙대는 시설 낙후와 서울과의 거리로 인한 대학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안성캠퍼스의 하남시 이전을 추진해왔다. 경쟁력 강화와 캠퍼스 이전 사업의 일환으로 캠퍼스 간 중복되는 안성캠퍼스의 학과를 흑석캠퍼스로 통합했다. 하지만 하남시와의 의견충돌, 재정적 요인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대다수 학생들의 의견 또한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위기다. 현재 안성캠퍼스의 학과 중 구조조정이 된 곳은 흑석캠퍼스와 중복되는 산업경제학과, 국제관계학과 등 약 10여 개 학과이다.

비인기 학과 기피 현상 우려도

중앙대 흑석캠퍼스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본래 개별 학과제로 운영되던 민속학과는 중문학과, 일문학과와 함께 아시아문화학부로 통합됐다. 각 학과별로 40~50여 명의 학생을 선발했으나 학부제로 개편된 이후에는 총 94명의 신입생만을 모집했다. 통합 방안 발표 당시, 민족학과 학생들은 반대시위 및 민속학 장례식 퍼포먼스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묵살하고 학과 통합을 강행했다.

박재율(중앙대 3)민속학과 학생회장은 “학부제의 특성상, 인지도 낮은 학과의 신입생 부족 등 불이익이 우려 된다. 학교 측에서도 학부제 운영에 대한 방침과 계획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문 자체를 성과 위주로 평가하고 돈이 되는 학과, 안 되는 학과로 나누는 것은 자본주의적 사고다”며 지적했다. 박재율 학생회장은 “학교 재단의 잣대로만 학문을 평가한다면 경영, 경제학과만 남을 것이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수도 학생도 모르는 ‘밀실행정’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는 지난 7월 13일 학교 측으로부터 학과 통폐합 공문을 전달받았다. 통폐합과 관련된 논의는 올해 4월부터 진행됐지만 해당 학과의 구성원들은 철저히 배제된 채 진행됐기 때문에 학생은 당황했다.

안상욱(동국대 4)문예창작과 회장은 학교 측의 발표에 대해 “학과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처사로 학생 및 교수들과 논의조차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통폐합 발표 이후 꾸려진 문예창작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이론전공과 순수창작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독단적인 학과 통폐합 및 개편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서명운동, 피켓 시위 등 통폐합 반대운동을 진행해 왔다.

국어국문학과 또한 통폐합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이다. 윤태준(동국대 4)국어국문학과 회장은 “통폐합이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통폐합이 된다면 학습권의 침해가 발생한다”며 학교 측의 재고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동국대는 국어국문학과의 경쟁력 신장과 교육과정의 유사성을 이유로 학과 통합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철학과와 윤리문화학과, 북한학과와 정치외교학과 등 10여 개 학과에 대한 통폐합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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