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3) 호주의 명문대학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부른다. 상아탑은 세속적인 생활을 버리고 학문이나 예술에 몰두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평론가 생트 뵈브가 19세기 프랑스 시인 비니를 평할 때 사용했던 말이다. 오늘날 상아탑은 학문과 진리를 연구하는 대학의 모습을 상징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아탑들은 취업대기소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그 본연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심심찮게 들리는 ‘인문학의 위기’나 ‘학과 통폐합’ 등의 이슈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이와는 다르게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상아탑들은 꿋꿋이 그들의 교육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상아탑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호주의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시드니 대학, 멜번 대학을 만나보자.



▲ 시드니 대학(본교 캠퍼스)에 위치한 19세기 빅토리아 건축양식 건물

호주 최초의 대학, 시드니 대학

호주에 가면 꼭 들리게 된다는 도시, 시드니.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라는 명성만큼 넓고 아름다운 항구들의 모습과 자연경관을 보고 있으면 금방 그곳에 빠져들 것 같다. 시드니는 또한 호주 최대의 상공업 도시답게, 사람들의 활발한 삶도 구경할 수 있다. 이처럼 쾌활하고 싱그러운 모습을 가진 시드니는 진지한 학문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는 호주 최고의 상아탑이 숨겨져 있다. 시내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19세기 빅토리아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바로 시드니 대학이다.

1850년에 설립된 시드니 대학은 호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대학이다. 가장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그 명성과 위용은 범상치 않다. 우선, 시드니 대학은 호주의 주요 연구 중심 명문대학들의 모임인 `Group of Eight(G8)`의 일원이다. G8에 속한 대학들은 매년 영국 세계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선정하는 세계대학 랭킹에서 100위권 내에 랭크되며 국내외적으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시드니 대학은 2011 QS 세계대학평가에서 3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서울대(42위), 카이스트(90위), 포항공대(98위)와 비교하면 실로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학과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것 또한 시드니 대학의 장점이다. 건축학, 경제/경영학, 교육학, 인문학, 법학, 치의학, 간호학, 수의학, 의학 등 무려 17개 학부에 76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76개나 되는 학과과정은 시드니 시내 근처에 있는 캠퍼다운/달링턴 캠퍼스를 포함해 총 10개의 캠퍼스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캠퍼스를 일원화하고, 취업에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통폐합시키는 우리나라 대학의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결같이 시드니 대학을 ‘최고(Best)’라고 말했다.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루시아나 씨는 “시드니 대학은 호주 최고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시설도 좋고 전 세계 학생들이 찾아온다. 시드니 도시 안에 있는 것 또한 매력이다”고 말했다. 간호학을 전공하는 안드레아 용 씨는 “학과 과정이 다양해서 좋은 것 같다. 시드니 대학은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업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 멜번 대학을 상징하는 시계탑

리서치 분야에서 강세인 멜번 대학

호주의 명문 상아탑은 시드니에만 있지 않다. 빅토리아주의 대도시 멜번에도 듬직한 상아탑이 존재하고 있다. 멜번 시내 중심에서 전차로 5분,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멜번 대학(파크빌 캠퍼스)이 바로 그곳이다.

멜번 대학의 메인 캠퍼스인 파크빌 캠퍼스는 6만 8천평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8개의 병원, 우수 연구 기관, 다양한 지식기반 산업이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장, 갤러리, 서점, 은행, 잡화점, 약국 등의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호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현재 멜번 대학에는 4만 7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이 중 약 25%에 해당하는 1만 1800여명이 전 세계 120여국에서 온 유학생이다. 또한 멜번 대학은 우리나라의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부산대 등과 교류하고 있다.

멜번 대학은 150여 년의 긴 역사를 바탕으로 연구, 교육, 학문을 통한 지식전달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특히 호주 내에 리서치 분야에서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지원을 받는 제도에서 계속 1위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연구중심 교육임에도 멜번 대학은 2011 QS 세계대학평가에서 31위를 기록했다. 이는 잘 짜인 커리큘럼, 혁신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강조,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멜번 대학의 교육방식이 이바지한 것으로 보인다.

파크빌 캠퍼스에서 만난 아셋 씨는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는데, 고향인 카자흐스탄의 대학들보다 교육 시스템이 잘 짜여있어 좋은 것 같다”며 멜번 대학의 교육방식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수학을 연구하는 칼럼 씨는 “수학 분야를 좀 더 연구하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왔다. 연구 규모, 연구자 수 등 연구에 있어서 멜번 대학은 큰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대학, 멜번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들이 다니는 대학의 교육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들이 그들의 대학에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의 전공 공부와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학문에 대한 진정한 만족감을 맛보았고 그것이 취업에도 도움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취업에 급급하여 학문 연구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을 잊은 우리 대학 사회가 배워야 할 상아탑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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