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의 소리

최근 보도된 연예인 탈세사건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징금이 매우 큰데다가, 이들 연예인들이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성실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충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 연예인들은 신고를 세무대리인에게 일임했고, 세법에 대해 무지하였으므로 고의적 탈세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탈세사실이 밝혀진 공직자들이 세법에 대한 무지를 주장하면서 담당 세무대리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강호동 씨 경우에는 실무상 세법지식이 없는 납세자들이 위반하기 쉬운 사항과 관련된 것 같다. 그러나 추측컨대, 추징금이 거액이었으므로 세무대리인이 세무신고 전에 해당 연예인에게 세무상 리스크를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세법에 대해 무지한 가운데 세무대리인의 판단에 따라 소득을 신고했다 하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적 무지로 위법행위를 했어도 고의성에 대한 정상참작만 있을 뿐이지 위법사실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연예인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비교적 긍정적 이미지의 연예인마저 탈세를 저지르는 것을 볼 때 이들은 어차피 세상은 다 그런 것이라는, 모두가 그 정도의 죄를 적당히 저지르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른다. 청문회를 통해 선출되는 고위 공직자 중에 탈세, 위장전입, 불법 투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연예인 또한 거액의 탈세를 저지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상당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고, 사회적 규범을 교묘히 위반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직하게, 세금 낼 것 다 내고, 법에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살면 오히려 남들보다 뒤처지게 되고 저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생각들을 자라나는 젊은이들이 하게 되지 않겠는가.

따라서 나는 이런 위법행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엄격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위법행위가 청문회를 통해 알려진 공직자들이 대부분 공직에 그대로 선출되는 점, 위법행위를 한 연예인들이 얼마간의 휴식이후 다시 방송을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능력과 도덕성은 동등한 비중으로 고려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도덕성은 최소한의 기본이며, 그것이 확보된 상황에서 능력의 다과를 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일부 연예인들, 청문회에서 논란이 되는 공직자들 같은 영리한 사람들보다는 세금 제대로 내고,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남들을 밟고 올라가기보다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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