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 전국대학생총회 및 거리수업’이라는 기치로 전국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한데 모였다. 집회의 주체는 전국 학생회 연합 조직인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이다. 한대련은 지난 6월에 있었던 범국민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이어 다시 한번 대학생들의 결의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이번 집회를 추진했다. 반값등록금 집회는 학생들의 사회참여 고취를 위해 거리수업과 연계하여 진행됐다.

한대련 박자은(숙명여대 4)의장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생, 학부모가 얼마나 절박하게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 의견을 하나로 모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촛불집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

이날 청계광장에는 약 7,52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였다. 박자은 의장의 발언과 전국대학생 요구안 합동 선언으로 본격적인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이어 추계예술대학교 학생들의 부실대학 선정규탄 퍼포먼스가 있었고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의 PD이자 시사평론가인 김용민 씨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들이었지만 30~40대 직장인, 학부모들도 있었다. 이날 집회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촛불을 든 직장인 신국희(32)씨는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등록금 모으기가 힘들었는데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한 오늘날, 현실은 오히려 더 악화되기만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이후에는 대학생들의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반값등록금을 위한 대학생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학생들은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거리행진을 나섰다. 그러자 경찰 측은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며 해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거리행진에 참여한 7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을지로 입구에서 스크럼을 짜 해산 명령에 불응하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현장에서 49명의 학생들을 연행했다.


▲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위해 청계광장에는 약 7,52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였다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 변경과정과 촛불집회

지난 5월, 한나라당이 대학등록금 지원정책에서 소득 하위 50%의 학생 중 B학점 이상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6월 10일 학생들은 ‘짝퉁 반값등록금’, ‘사기 반값등록금’이라며 광화문 KT건물 앞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에 한나라당은 말을 바꿔 학점 제한을 없애고 고지서상 등록금을 2011년까지 15%, 2014년까지 30% 인하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앞서 발표했던 고지서상 인하정책을 철회하고 예산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 등록금의 21%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1조 5천억 원 꼼수 말고 5조로 반값등록금 실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9월의 마지막 날, 다시 한 번 촛불을 들었다.

대학생들의 사회적 역할 일깨우는 행사 열려

본격적인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앞서 거리수업, 진보 서점, 연합 동아리 홍보, 인디밴드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대련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찾기 어려운 참된 가치와 교육을 광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거리수업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김원열의 철학 산책’, ‘인권이란 무엇인가’ 등 13개의 다양한 주제로 열렸다. 거리수업의 강사진은 시사평론가, 철학자, 시인, 소설가, 대학교수로 구성됐다. 이번 거리수업에서 인권에 대해 강의한 인권운동가 박래군(50)씨는 “강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사회가 어떻게 연대를 만들어 나갈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거리수업 부스 외에도 진보 서점 부스와 동아리 홍보 부스도 있었다. 진보 서점에서는 각 분야의 대학교수들로부터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받아 판매했다. 연합동아리 홍보 부스에서는 대학생들을 취업, 스펙중심에서 벗어나 진리, 정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자는 취지에서 대학생 PD동아리, 정치경제연구 동아리 등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과 반값등록금 플래시몹 행사 등이 진행됐다.

반값등록금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반값등록금 집회는 2005년부터 매년 꾸준히 진행됐다. 하지만 개학 시기인 3월에만 대학가에서 반짝하고 사라져 ‘개나리 투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속적이지 못했고, 성과도 미미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3월에 이어 6월에도 전국적인 반값등록금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고 지난 9월 29일 전국대학생총회 및 거리수업의 날을 통해 전국의 대학생들이 또 한 번 뭉쳤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들의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자은 의장은 “다가오는 21일, 2차 거리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그 외에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100만 범국민 서명운동과 1인 릴레이 시위도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이라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굳은 각오를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