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욕쟁이들의 세상이 됐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망설임이나 거리낌 없이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냥 친구들 사이에서의 평범한 대화 때도 욕은 빠지지 않으며 감탄사를 내뱉을 때도 욕은 필수사항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욕설 사용은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EBS는 <욕, 해도 될까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평범한 중고생들이 대화 20분 만에 400개 이상의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는 청소년들의 욕설 문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초중고생 1,260명 중 925명(73.4%)이 매일 한 차례 이상 욕설을 한다고 응답했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매일 욕설을 한다는 것이다. ‘욕설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5.4%에 불과했다. 욕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가량이 ‘별 느낌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욕설을 쓰는 것이 어느 정도 습관화됐으며 욕설행위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청소년들 사이에 깔려있음을 잘 보여준다.

청소년들의 욕설행위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욕설을 습득하는 경로는 ‘또래친구’가 전체의 47.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터넷, TV, 영화 등 대중매체 또한 40.9%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욕설행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욕설행위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는 청소년들이 또래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 욕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상의 게임이나 채팅 또한 청소년들이 욕을 주고 받는 주된 장소다. 특히 청소년들은 연예인과 같은 특정인을 비방하는 ‘안티까페’에 활동하며 온라인상에 욕설을 도배한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횟수와 시간의 증가 또한 욕설행위를 가중시키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욕설을 남발해 당황했다는 부모들의 얘기가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더 이상 청소년들의 욕설 문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지금 당장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욕설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배설되는 욕설은 피해자에게는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욕설은 폭력성과 공격성을 잠재하고 있어 다툼과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는 사회의 안정에 큰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청소년들의 언어사용 순화를 위해 ‘학생 언어문화 개선’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는 긍정적이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발적인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시행돼야 청소년들의 뿌리 깊은 욕설 문화를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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