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 인류역사상 최고의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위와 같은 가정아래 상대성이론을 정립했다. 하지만 최근 아인슈타인의 역작인 상대성이론을 뒤집을만한 실험결과가 나타나 물리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onseil Europeen pour la Recherche Nucleaire, 이하 CERN)는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CERN은 강입자 충돌기를 이용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732km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까지 땅속으로 중성미자를 보내는 실험을 행했다. 실험결과 중성미자는 평균 0.00243초 만에 그란사소 실험실에 도착했으며, 이는 빛보다 60나노초(10억분의 6초) 빠른 속도라고 CERN이 발표했다.

중성미자란 무엇인가

중성미자는 원자핵 내 양성자와 중성자의 변화 운동인 베타붕괴(β-decay)에서 발생하는 입자다. 중성미자는 1930년에 방사능물질의 베타붕괴 전후 에너지보존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에 의해 처음 상정됐다.

파울리가 주장한 특수입자의 존재 가능성은 1953년에 이르러 입증됐으며, 중성미자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의 상호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장 주변에도 상당한 양의 중성미자가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우리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관통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중성미자는 ‘유령입자’라고도 불린다.

또 하나의 주요 특징은 질량이 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진동은 파악돼 무질량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아주 미세해 질량이 사실상 0에 가깝다. 때문에 빛보다 빠른 가상의 입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일부 과학자들의 생각이었다. CERN은 이러한 추측을 토대로 속도를 측정한 결과,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실험결과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들이 실험의 오류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현재 중성미자 실험은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다. 한갓 해프닝으로 끝날지, 하나의 물리학적 혁명이 될지는 시일이 지나야 밝혀질 것이다.


타임머신, 실현될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체가 빛에 근접한 속도로 움직일수록 그 물질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또한 빛의 속도와 같다면 시간은 멈춘다. 만약 빛보다 빠르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시간의 역행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빛보다 빠른 물체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물체는 운동에너지를 얻으면 그 질량이 증가하는 한편, 질량을 얻을수록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즉 한 물체가 빛의 속도로 운동하려면 무한대의 에너지와 무한대의 질량이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질량이 없는 빛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빛보다 빠른 물체가 존재하려면 그 질량이 허수 값, 즉 이 세상에 없는 값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해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지난날로의 회귀를 꿈꿔왔을 것이다. 인간의 과거에 대한 욕망은 공상 속에 타임머신이라는 가상의 기계를 만들어냈고, 그것의 발명을 갈구해왔다.

CERN의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달리, 타임머신의 발명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른 것으로 증명되면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입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설령 중성미자 실험이 검증돼도 타임머신의 실현은 미지수다. 중성미자와 같이 무질량에 가까운 입자로 질량을 가진 기계를 만들고 사람을 태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