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칸트, 최근에 사망한 스티브 잡스. 그들이 천재라 불리는 이유는 각자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꾼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어떤 뜻이며 어떤 식으로 바뀌는 것일까.

패러다임은 어느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를 뜻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쿤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 처음 등장한다. 쿤은 패러다임을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로 정의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사회현상을 정의하는 데 쓰이지만 처음에는 자연과학분야에 적용됐던 개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한 명의 과학자가 아닌 대부분의 과학자가 공유하는 이론, 법칙, 지식 등이 존재한다. 이것을 정상과학이라고 하는데, 다르게 표현하면 한 시대에서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화학현상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플로지스톤설’이 정상과학의 한 예다. 플로지스톤설은 물질의 연소과정을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로 설명하는 학설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모든 가연성물질에는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고, 연소과정에서 그것이 소모된다. 플로지스톤이 모두 소모되면 연소과정이 종료된다.

연소과정을 설명하는 지배적인 학설이었지만, 플로지스톤설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된다. 만약 연소과정에서 플로지스톤이 사라진다면 연소 전보다 후의 질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실험결과 연소 후에 오히려 질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그때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산소가 연소과정에서 가연성 물질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행했던 이 실험으로 플로지스톤설은 종언을 고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날 갑자기 라부아지에가 영감을 얻어 실험을 하고 한순간에 플로지스톤설을 배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어느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의 정상과학에 대한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 쌓여가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다.

실제로 플로지스톤설에 대한 문제점이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할 때, 많은 과학자들이 산소의 존재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1774년 산소를 발견한 영국의 과학자 ‘프리스틀리’는 최초로 산소를 발견했다고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과학자 ‘카를 셸레’는 1772년 이미 산소를 발견했지만, 출판상의 실수로 인해 최초의 타이틀을 빼앗기게 된다. 이처럼 플로지스톤설의 폐기와 더불어 동시대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산소의 발견은 일어났다. 이렇게 산소의 발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새로운 정상과학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 과학의 발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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