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4) 워킹홀리데이

영어실력, 돈, 여행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많은 대학생들이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교환학생을 비롯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우고 여행까지 할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가 들린다. 바로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다. 워킹홀리데이는 말 그대로 일하면서 즐기는 휴가이다. 참가자들은 협정체결국을 방문해 일정 기간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연수생의 수가 연간 3만 명이 넘는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호주로 떠나지만 실상 성공적으로 영어공부도 하고 일도 했다는 사람은 흔치 않다.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가슴 설레기 전에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워킹홀리데이, 돈도 벌고 여행도 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으면 최대 12개월간 일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다. 여기에 체류기간 중 총 17주까지 영어 공부를 위한 어학연수도 가능하다. 현재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 가까운 일본, 대만 등 총 11개국과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체결돼 있다.

이 중 호주 워킹홀리데이 참가자가 전체의 약 7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호주 이민성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만 18세에서 30세까지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일생에 딱 한 번씩만 발급된다. 또한 체류기간은 호주 입국일로부터 12개월 이내지만 세컨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으면 1년을 더 연장 받을 수도 있다. 단, 호주정부에서 지정한 농장에서 3개월 이상 일한 증거를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점을 악용해 임금 체불을 일삼는가 하면, 카지노의 유혹도 수시로 찾아든다고 한다. 실제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완전정복_열정만으로 떠나지 마라>의 저자 강태호 씨는 그의 책에서 부푼 꿈을 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길에 올랐다가 카지노에 빠지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호주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학원 강사, 대학생 등 평범한 여성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들어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성매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일부 성매매업종사자들이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호주로 입국하는 경우도 있었다.


▲ 위와 같은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돼 호주로 떠나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영어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

호주에서 만난 이들은 공통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오라”고 충고했다. 시드니 시내에서 만난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워킹홀리데이 참여자, 일명 워홀러) 정동주(27)씨는 “워킹홀리데이 오기 전 마음 단단히 먹고 오세요”라며 “어물쩍대다가는 영어공부와 여행은 고사하고 일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라고 경고했다.

호주에서 2년간 학생비자를 받고 졸업한 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5개월 째 지내는 동안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오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결국 중요한 것은 영어”라고 강조했다. 그저 막연히 ‘호주가서 배우면 되겠지’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호주에 오면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직업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결국 한인에게 고용돼 일하게 되고 이를 악용하는 일부 한인들은 정당한 보수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멜번의 한 여행자숙소에서 만난 정은미(30)씨도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어를 잘 못하면 일을 구하기 어려워요. 같이 살았던 한국 학생들을 보면 아직 어린데 영어는 안되고, 일은 구해야 해서 결국 한국사람 밑에서 일하더라고요. 돈은 현지인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받지만 일은 많고, 영어는 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에요”라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휴식 겸 워킹홀리데이에 왔다는 김민성(26)씨는 토익보다는 실용적인 영어 위주로 공부할 것을 추천했다. 영어 실력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직업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는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를 믿고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학생이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고 한 달 가량 고생한 뒤 겨우 한 공장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결국 호주에 온 원래 목적대로 돈도 벌고 영어 실력도 쌓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쌓은 영어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영어공부, 돈, 여행 중 어느 것도 얻기 어렵다. 호주에 가기만 하면 자연스레 영어가 늘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열정만 앞세우기 전 현실을 인식해야

‘아는 만큼 보인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다. 막연히 호주가 좋다는 소문만 듣고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진 말아야 한다. 무작정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현실을 보지 못한다면 아까운 시간만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의 보물지도를 마음껏 펼치는 것은 20대만의 특권. 영어공부, 돈, 여행. 세 가지를 동시에 얻기는 쉽지 않지만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무모한 열정 대신 조금 더 노력하고 발품을 팔아 준비한다면 멋진 기회의 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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