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5일 아침 혁신과 창조의 리더였던 한 사람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외롭게 이 땅에 와서는 매킨토시,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일찍이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의 문을 열어젖혀 놓고는 홀연히 떠나 버렸다. 신문은 일제히 “애플의 창업주 잡스 사망”이라고 일면 기사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한 기업가의 죽음으로 바라보기에는 그가 받아야할 평가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창조적 정신”이었다. 그에게 내려지는 다양한 인간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혁신과 창조의 리더로서 우리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였으며, 잡스류의 어떤 법칙이 앞으로 인류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내었고, 지금은 유력한 외국의 한 평가기관이 2050년 우리가 세계 5대 부유국이 될 것이라고까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적 정신은 인류 정신사의 매개자로서 보다는 인류 정신사 그 자체일 것을 요구한다. 언젠가부터 도달한 선진국의 문턱 언저리 어디를 여전히 맴돌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는 잡스로부터 발견하게 된다. 국가와 사회의 조직도 지금 보다 더 다양성, 유연성을 추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으로서도 그가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대학교육을 질타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창조적 정신은 개인의 결단과 삶의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유언이 되어버린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남들의 의견이 내는 잡음에 당신 내면의 소리가 휩쓸려 가게 내버려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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