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엄마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오줌 싸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생, 엄마 가리지 않고 때리고 욕하기. TV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시청자들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안하무인의 아이들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분명 아이들에게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함께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다보면 원인이 아이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아이 주변의 환경이 그런 문제를 만든 것이다. 기저귀를 뗀지 한참 됐지만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은 아이의 엄마에게 있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의 행동에 무조건 화를 내고 매를 들었던 엄마. 유일하게 아이가 엄마에게 안길 수 있는 순간은 소변을 봤을 때뿐이었다. 소변을 보는 행동이 반복된 것은 엄마에게 사랑 받고 싶은 아이의 왜곡된 감정표현이었다. 이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엄마는 아이의 감정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게 된다. 훈련이 지속되면서 아이의 행동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흔히 수업시간에 졸고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은 무조건 혼나고 비난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의 태도와 자세 또한 학생들의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교육방송의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선생님과 이를 해결하려는 전문가가 등장한다. 수업준비도 성실히 하고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강의하는 선생님에게는 언뜻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는 수업 속에 가장 중요한 학생들이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선생님은 준비한 내용을 열심히 강의할 뿐 학생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질문을 받지도 않고, 자는 학생을 깨우지도 않는다. 선생님 또한 문제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서 ‘우리 정치인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뚝심 있는 모습을 유지해 온 기성 정치인들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단체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무언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혐오가 현재의 기성 정치판을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면,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 마음속의 상처가 한 번에 치유될 수 없듯이 시간이 걸릴 일이다. 끈기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 혹시나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진 것을 모르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차분하게 우리의 관심을 보여주자. 예전과는 다른 우리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모습 또한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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