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의 소리

최근 치러진 투표와 선거 이후 복지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에 대해 찬성과 반대 간 극단적 대립을 보여 주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쪽의 말이 맞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되지만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쉽게 결론내기 어려워 난감해진다.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제한된 예산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줄 수 없으며,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받는 사람들의 자립의지를 약화시켜 의존적으로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특별히 어려운 사람들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혜택을 주면 효과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수혜를 받아야할 일부 계층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에게 낙인감을 줄 수 있고 비용도 발생된다고 지적한다.

이 논쟁과 관련된 핵심적 쟁점은 복지가 제한된 특수한 사람들에게만 필요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는 상관없기 때문에 부차적인 것인가 그리고 복지에 투입되는 재원은 낭비되는 것이라서 더 시급한 다른 분야에 우선 투자하고 남은 재원으로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인식의 문제다.

출산 문제로 예를 들면, 자녀를 키우는 것은 각 가정의 책임이기 때문에 비용도 각자가 알아서 부담해야 한다. 여유가 있으면 아이를 낳고 없으면 못 낳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녀의 양육과 교육의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젊은 예비부모들의 수는 매우 적다. 그래서 세계 1위의 저출산국이 된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도 부인하기 어렵다.

복지지출의 효과는 직접적이고 즉시적으로 나타는 것이 아니고 간접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문제는 우리의 성과 측정과 예산회계가 화폐가치에 의한 단년도 회계방식 위주로 된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간접적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파급효과가 미치는 복지의 성과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모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적연금의 개혁이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과 관련하여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노후 생활비이나 의료비를 공공재원으로 부담하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노인의 요양이나 노후생활의 지원을 공공재원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불가피하게 감당해야 할 노인부양이나 아동양육의 비용 등은 공공재원의 형태이던 민간부담방식이던 결국 동일하고, 단지 그것을 분담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복지란 간접적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그 비용을 소득수준에 따라 형평하게 분담하려는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보편적 복지의 구현이 용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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