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이하 FTA)이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여·야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도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며 힘으로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FTA 비준을 위해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이하 ISD)의 폐기가 먼저라는 당론을 유지한 채,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키워드인 ISD에 대한 FTA 반대 측과 찬성 측의 의견을 정리해봤다.



사법주권을 위협하는 ISD?

한·미 FTA 반대 측에서는 ISD가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한다. ISD가 국가의 사법주권과 정부의 공공정책 결정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기업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이하 ICSID)에 제소할 경우, 사법부의 판결과 상관없이 ICSID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경우가 나와도 어쩔 수 없이 배상을 해야 한다. 반대 측에서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사법주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FTA 끝장토론에서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 기업이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제정한 법률을 한·미 FTA협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심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에서는 ICSID가 우리나라 사법 관련 문제를 다룰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기본적 권리가 지켜졌는지를 판단할 뿐이지 법해석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사법 판단 자체가 협정 위반으로 인정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공공부문도 ISD 제소 대상?

정부의 공공정책 결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측이 제기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이 사회보장망, 부동산 정책, 보건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책들에 피해를 입었다면 ISD를 이용해 제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공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항상 ISD 소송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위축돼 제대로 된 공공정책을 수립할 수 없게 된 이른바 ‘된서리 효과(Regulatory Chill)’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캐나다의 쇠고기 무역을 예로 들며 “ISD가 국내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공공부문은 제소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ISD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투자유치국이 의무를 위반했고 그로인해 투자자가 명백한 손실을 입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정당하고, 비차별적인 경우에는 협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ISD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와 소방, 경찰 등의 서비스는 협정의 적용배제 항목이기 때문에 ISD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보건이나 안전, 환경, 부동산 정책 등을 위한 비차별적 규제 또한 예외 항목으로 뒀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석영 FTA 교섭대표는 “부속서에서 포괄적으로 유보했다”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으로 미국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ISD를 이용해 제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제기한다. 단서조항의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ISD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ISD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은 사전 동의조항에 있다. 반대 측은 투자자의 중재 청구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을 재량권이 없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투자자가 제소하면 무조건 중재에 응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소송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송에 대한 비용 부담도 져야하는 것도 문제다.

반면에 사전 동의조항은 ISD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정부의 의견이다. 투자유치국의 협정 위반에 대한 투자자의 방어수단으로 기능하는 ISD인데, 투자유치국이 중재를 거부한다면 방어 수단으로써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에도 없는 ‘간접수용’?

간접수용이란 상대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조항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고 이에 대해 보상해주는 것은 ‘직접수용’이다. 그런데 철도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소음문제 때문에 근처 목장의 젖소들의 우유 생산이 줄어들었다고 할 때, 그 목장 부지 땅값에 대한 보상이 바로 ‘간접수용’이다.

반대 측에서는 헌법 제23조에 따르면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간접수용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조약에서 간접수용을 인정할 경우 법률의 유무와 상관없이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 측은 정부조치가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경우에 한하여 간접수용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우리 정부조치가 이에 해당돼 보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간접수용이 헌법이 정한 범위 이상을 투자자에게 보상 하도록 강요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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