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 커플즈

크리스마스가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백화점 등에서는 벌써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이런 크리스마스 바람은 극장가에도 매년 불어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로맨틱 코미디류의 작품들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영화 <커플즈>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유석’은 연인 나리를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집을 산다. 그러나 ‘나리’는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하고 유석의 곁을 떠난다. 유석은 흥신소를 운영하는 친구 ‘복남’에게 나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수소문 끝에 복남은 나리를 찾았지만, 그녀는 이미 돈 많은 깡패 ‘병찬’의 연인이 돼있었다. 심지어 나리는 복남의 눈앞에서 병찬의 사업자금을 훔쳐 도주한다.

영화 <커플즈>는 등장하는 커플들이 모두 사랑의 결실을 맺는 훈훈한 영화로 연인과 보기에 좋은 영화다. 하지만 그저 재미로 바라보기에 나리의 행동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처절하다. 나리는 명품을 좋아하고, 고급 미용실에 다니는 이른바 ‘된장녀’다. 씀씀이가 큰 그녀에게 수입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가 돈을 버는 방법은 단 하나, 남자뿐이다. 돈 많은 남자와 사귀며 그의 부에 기생한다. 남자의 돈이 떨어지면 다시 다른 남자에게로 떠난다.

졸업시즌이 되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문의가 폭주한다고 한다. 가입을 문의하는 주요 계층은 졸업을 앞 둔 여대생들이다. 대졸자 절반 이상이 백수로 내몰리는 현실에 일부 여성들이 ‘취직’ 대신 ‘시집’을 택하는 것이다. 또한 결혼정보회사로부터 가입제의를 받기 위해 졸업사진을 찍기 전,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일찌감치 취업이 아닌 시집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시집과 취직을 합쳐, ‘취집’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상황이다. 많은 여성들이 나리와 같은 삶의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조사에 따르면 20, 30대 여성 구직자 절반 이상이 취집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여성이 다시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OECD 여성평등지표인 ‘GID 지수’에서 네덜란드, 벨기에와 함께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 스스로 다시 옛날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때문에 도피성 결혼을 하기보다는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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