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콘서트가 개최됐다. ‘한미 FTA 비준안 반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나꼼수 고정 패널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정동영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공지영 작가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3만 명(경찰 추산 1만 6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여의도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1일 트위터를 통해 “여의도 나꼼수 공연의 자발적 후불제 수익은 총 3억 41만원”이라며 후불제 공연 수익금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꼼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에 다다랐다.

각하 헌정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를 듣지 않으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요즘 나꼼수는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 유일 가카(각하) 헌정 방송’을 표방하는 나꼼수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민주당 17대 전 국회의원 정봉주, 시사평론가 김용민, 시사인 주진우 기자 등 4명의 논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가카의 헤아릴 수 없는 꼼수들을 풍자와 해학을 통해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그 뒤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반어로 대중의 웃음을 유발한다.

나꼼수는 다소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BBK, 장자연 사건, 곽노현 교육감 등 시사적인 문제들을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알기 쉽게 이해시켜 준다. 나꼼수를 듣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대중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꼼수를 즐겨듣는다는 이지현(36)씨는 “육아를 하다보면 보통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나꼼수를 알게 된 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나꼼수를 통해 정치가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경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친근함에 재미 더해, 답답함도 풀어줘

지난 10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살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나꼼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듣지는 않았지만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44.0%,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1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명 중 6명 정도가 나꼼수를 알고 있는 것이다.

나꼼수가 이토록 많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꼼수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친근하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성 언론처럼 점잖은 척이나 고상한 척은 떨지 않는다. 오히려 비속어를 사용하며 서민의 눈높이에 자신들을 맞춘다.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마치 조선시대 민중들의 ‘마당극’이 연상된다. 김범진(수원대 2)씨는 “‘빅엿’이나 ‘씨바’ 등의 비속어 사용과 ‘깔대기’, ‘부끄럽구요’, ‘각하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와 같은 능청스러움이 나꼼수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언론 매체에서 대중이 느꼈던 답답함을 나꼼수가 풀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나꼼수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을 무력화시키는 등 정권의 언론에 대한 압박과 통제가 심해졌다. 언론 또한 정치권력에 편승하는 면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나꼼수는 대중에게 기존 언론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나꼼수가 대중이 느끼는 소통의 욕구와 잘 부합했음을 시사한다.

사실과 소설 잘 구분해서 들어야

나꼼수의 대중적인 인기에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일부 있다. ‘각종 음모론을 만들어 사람들을 선동하고 맹목적으로 열광하게 한다’, ‘지나치게 내용이 선정적이고, 공격적이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0월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칼럼을 통해 “나꼼수에서는 상상력을 통해 사실과 픽션이 자유롭게 결합한다. 디지털 문화의 일반적 특성은 어떤 것이 픽션인지 알면서도 마치 사실인 척 해주는 놀이에 있다. 문제는 픽션인지 알고도 사실인 척 해주는 게 아니라, 아예 픽션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때, 그것은 놀이를 넘어 선동이 된다”며 나꼼수가 대중을 선동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기형 교수는 나꼼수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대해 “다소 선정적이라는 지적에는 성찰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비판한다면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는 것이다”라며 “먼저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 상황이나 나꼼수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유 등을 맥락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나꼼수는 사실과 소설을 함께 제시한다. 이는 해석을 가미해 일종의 가상적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용자는 이를 잘 판단해서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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