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국가장학금 제도를 실시했다. 지난달 13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국가장학금 확대와 대학의 자구노력을 통해 올해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평균 19.1% 줄었으며,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 기준으로는 약 25.4%가 경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소득분위로만 판단하는 국가장학금 선정기준과 B학점 이상의 학점 요건 등에 많은 불만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또한 정부가 반값 등록금이 아닌 국가장학금으로 ‘꼼수’를 부린다며 ‘서울시립대형’ 반값 등록금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정작 받아야할 사람이 못 받는 경우 허다해

현재 국가장학금은 학점 및 성적요건을 충족한 소득3분위 이하 대학생에게 지원되는 국가장학 Ⅰ과 학점, 성적요건 및 대학의 조건을 충족한 소득7분위 이하 대학생에게 지원되는 국가장학 Ⅱ로 나뉘어 있다. 소득분위는 소득, 부동산, 자동차 등을 포함한 환산소득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노출이 되는 소득액만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소득 파악이 불명확한 고소득층이나, 부동산이 타인 명의로 등록돼 있는 가계 또한 장학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부채나 자녀수 또한 고려되지 않아 정작 받아야할 학생이 못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소득3분위 이하로 선정돼 국가장학금 유형 1과 유형 2를 모두 받았다는 우리대학 재학생 A 씨는 “집안이 풍족한 편인데 국가장학 장학Ⅰ, Ⅱ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세금을 덜 내는 양친의 직업 특성상, 소득 신고가 덜 돼 선정기준을 만족시킨 것 같다”며 “정작 힘들고 절박한 다른 학생의 몫을 내가 받은 것은 아닌지 떨떠름하다”고 답했다.

성적요건인 B학점 또한 학생들의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와 등록금 네트워크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교과부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평점 B학점 미만을 받은 대학생은 전체의 약 25%다. 국가장학금을 B학점으로 제한할 경우 대략 25%의 대학생들은 원천적으로 장학금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B학점 기준의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의 생색내기 국가장학금에 시민단체들 아우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국가장학금 시행에 여러 시민단체들이 분노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국민본부는 지난달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반값 등록금 실시를 촉구하는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서울시립대형’ 반값 등록금 실현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 ▲학자금 대출제도 전면 개선 등이 포함됐다. 김동규 반값 등록금 국민본부 조직팀장은 “장학금이 확대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현재 국가장학금은 높은 성적 기준, 대학원생이 혜택을 못받는 구조 등을 봤을 때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장학금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재설계 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단도 반값 등록금 촉구

서울지역 총학생회장단 또한 정부의 생색내기 국가장학금을 비판하며 반값 등록금 시행을 촉구했다. 지난달 21일 한국대학생연합회 서울지부 소속 총학생회장단 학생 20여 명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가장학금으로 전체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장학금을 받게 된 사실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7분위/B학점 이상의 규정으로 신청자 중 31.5%나 떨어지고 말았다”며 “국가장학금이라는 ‘희망고문’이 오히려 대학생들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과 함께 시행된 ‘서울시립대형’ 반값 등록금만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우리대학 김경원(환경공학 05) 총학생회장은 “이번 정부의 국가장학금은 어떻게든 반값 등록금 여론을 잠재워보려는 일종의 꼼수다. 제도상 미흡한 부분도 많았고, 문제도 많았다”며 “결국 반값 등록금 실현만이 해답이다. 앞으로 다른 대학들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닭치고 반값 등록금”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서 임상윤(경희대 1) 새내기가 반값 등록금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닭 인형 복장을 착용한 그는 “대학생이 되기 전부터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이 돼서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참가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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