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고등학교 친구인 달관이와 용조는 교내에서 유명 인사였다. 평범하지 않은 이름이 한몫했다.

달관이는 이름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친구였다. 이름을 갖고 놀려도 달관한 듯 허허 웃으며 지나가던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달 뒤 친구들을 통해 달관이의 개명(改名) 소식을 듣게 됐다. 이름으로 유명한 친구였기에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달관이의 개명이 회자되곤 한다. 중요한 건 달관이가 개명한 사실만 알뿐 바뀐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1학년 때의 용조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키가 작은 장난꾸러기였다. 반면 공부는 잘하고 선생님들 앞에서는 모범생이라서 아이들의 눈총을 받곤 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을까.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용조가 이름을 바꾸고 동현이로 돌아왔다. 용조는 ‘용조→동현’이라는 종이를 각 반마다 붙이고 다니며 자신이 개명한 것을 알리고 다녔다. 시간이 흐르고 용조보다 동현이와 지낸 세월이 더 길어지고 있지만 내게는 아직도 동현이 보다는 용조가 더 기억 속에 남는다.

이 두 친구를 생각하면 사람에 대한 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무리 이름을 바꿔도 본질이 바뀌지 않은 이상, 사람들은 본래의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본래의 것을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것을 정치가들만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정당의 특기이자 공식 행사는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또는 정당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정당의 이름을 헌신짝 버리듯 바꾸는 것이다. 다가오는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했다.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는 정당 개명의 취지는 충분히 긍정적이며, 이미지 쇄신을 위한 새로운 각오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미지보다 더 중요한 건 본질적인 모습이다.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들이 이전에 어떤 사건, 어떤 정치로 자신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이 힘을 써야 할 곳은 새이름 짓기를 통한 이미지 쇄신이 아니라, 바로 내부로부터의 진정한 변화이다. 그들이 이름을 바꿀 때 가졌던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아야 진정한 이미지 쇄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 후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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