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과 소통하는 3가지 방법

올해도 어김 없이 겨울 방학은 끝이 났고, 개강은 찾아왔다. 개강과 함께 대학생활의 부푼 꿈을 가진 새내기들 또한 캠퍼스에 발을 들여 놓는다.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개강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떤 새내기가 들어올지 기대하는 학우들이 많다. 이로 인해 학기 초 학교 앞 주점은 해가 넘어가도 조용할 새가 없다.

그러나 술자리의 떠들썩함도 잠시. 막상 조용한 자리에서 서로를 만나면 어색한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새내기의 입장에선 처음 들어온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낯설기만 하다. 처음 보는 동기들과 어렵기만 한 선배들은 새내기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선배들의 입장에서도 어리게만 느껴지는 후배들과의 대화는 어렵기만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첫째, 내 자신을 먼저 드러내라

다음의 두 질문 중 어느 질문에 더 대답하고 싶은가? “야 너 이번 학기 성적이 어떻게 나왔냐?”, “나 이번 학기 완전히 망했어! 너는 성적 어떻게 됐어?” 다음의 실험을 살펴보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는 피실험자들이 컴퓨터로부터 사적인 질문을 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때 피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구분해 첫 번째 집단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직설적인 질문을 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컴퓨터의 상태를 먼저 알려 컴퓨터와 답변자 사이의 상호의존관계를 높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컴퓨터는 굉장히 빠르게 작동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이런 속도에 맞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컴퓨터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무엇입니까?” 질문 대상자가 컴퓨터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두 번째 집단이 컴퓨터에게 훨씬 더 내밀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얼핏 보기에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물꼬를 훨씬 더 쉽게 틀 수 있다. 이 때, 말하는 사람이 털어놓는 정보가 본질적으로 의미 있을 필요는 없다. 간단한 부탁을 할 때도 이유를 대는 쪽이 훨씬 반응이 좋다. 예를 들어, 음료수를 가진 친구에게 “음료수 한 입만 줄래?” 보다는 “음료수 한 입만 줄래? 내가 농구를 해서 목이마르거든”이라고 할 때 훨씬 긍정적 대답이 나올 확률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음료수 한 입만 줄래? 내가 음료수를 먹고 싶어서”와 같은 당연한 이유를 말해도 이유를 말하지 않았을 때보다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이다.



둘째, 사람들은 아첨도 좋아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칭찬 한마디가 큰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것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알려져 있으며, 다른 사람이 기대와 관심을 가질 때 일의 능률이 상승하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과연 칭찬은 어떤 상황에 해야 좋을까.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스탠퍼드 대학교 클리포드 나스 교수는 아첨과 비판에 관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컴퓨터로 스무고개를 풀었다. 이 때, 컴퓨터는 피실험자들에게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고 정답에 대해 칭찬만을 하도록 구성됐다. 이 실험에서 실험대상자들은 A, B, C집단으로 나뉘었다. A집단에는 컴퓨터가 매우 정확한 평가를 한다는 정보를, B집단에는 컴퓨터는 무작위의 평가를 한다는 정보를 줬다. C집단에는 컴퓨터가 아무런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A집단과 달리 B집단은 컴퓨터가 자신들에게 아첨하는 것으로 생각해 컴퓨터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A집단과 B집단 모두 컴퓨터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컴퓨터의 의견을 들었을 때 그것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던, 아첨으로 받아들여지던 간에 피실험자는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실험 대상자들은 컴퓨터가 자신들을 평가한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자신들은 평가내용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아첨하는 컴퓨터에 대해 보인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 실험결과는 칭찬이 아첨으로 들리던, 진실한 내용으로 들리던 많이 칭찬 할수록 듣는이에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셋째, 잘 듣고, 공감하라

흔히 우리는 백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경청이 더 나은 대화수단이라는 말을 듣곤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는 것 역시 경청만큼 중요하다.

MIT 미디어 연구소의 로절린드 피카드 교수 밑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던 조너선 클레인은 컴퓨터와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설정해 좌절감 해소의 방법을 실험했다. 그는 피실험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세 집단 모두 게임 상황에서 좌절을 겪도록 했다. 그 후 집단1은 좌절감 표출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집단2는 단순히 좌절감 표출만, 집단3은 좌절감을 표출하고 컴퓨터가 그에 대해 공감을 하는 상황을 겪게 했다. 그 후 세 집단 모두 다시 게임을 하게 했다. 이때, 피실험자들이 언제든지 게임을 중단할 수 있도록 설정한 뒤 어느 집단이 가장 오랫동안 두 번째 게임을 하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집단3이 가장 오래 게임을 했다. 집단1,2의 실험자들은 모두 싫증을 느끼며 게임을 빨리 끝내버렸다.

이 연구가 말하는 점은 명료하다. 좌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단순히 표출하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감정에 대한 상대방의 정서적 지지, 즉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상대방의 감정상태에 따라 공감법이 다르다. 분노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같이 분노해주는 것이 좋다. 우울해 하고있는 상대에게는 상대의 상황을 합리화 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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