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의 소리_법학전문대학원 박영규 교수

사법(司法)에 대해 쌓였던 사람들의 불만이 또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내가 배우고 있는 이 법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자유와 권리와 정의를 보장해 주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법이 법답게 작동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법치(rule of law)주의란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서가 아니라, 적법하게 정립된 규범에 따라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원리를 말한다. 이 원리는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쌓아 올린 소중한 탑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법은 오히려 권력자들이나 사법 담당자들의 노리개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헌법 제103조)을 하지 않고 마음대로 재판을 하는 법원(가령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법관은 법령에 따르지 않고 재판을 한 잘못을 저질러도 아주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다), 공익을 대표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는(검찰청법 제4조) 커녕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 및 자신들의 비리에는 눈을 감는 검찰, 인권옹호나 사회정의 실현(변호사법 제1조)은 뒷전이고 돈벌이가 주된 관심사인 변호사들. 이들의 손아귀에서 법치주의는 추악한 인치(人治)주의로 둔갑을 하고, 법은 공기(公器)가 아니라 이들의 불법적 사권력이나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정밖 변론, 소송지연, 불친절 법관, ‘기소 편의주의’의 남용, 편파적 수사와 기소, 불성실 변론, 과다 수임료 등은 내가 법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들어온 수치스러운 말들이며, 오늘날까지도 거의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 후 이번에 첫 졸업생이 나왔다. 법학전문대학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을 교육이념으로 내걸고(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출발하였다.

그런데, 연초에 실시되었던 제1회 변호사 시험은 기존의 판례를 무비판적으로 암기할 것을 주문 내지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험을 통해 위와 같은 수식어가 잔뜩 붙은 법조인이 양성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암기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은 법원칙과 논리를 교실 밖으로 몰아낼 것이고, 이로써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진정한 법학전문교육은 마침내 부러질 것이며, 우리의 사법에서는 ‘인치’주의적 실무관행이 계속 위세를 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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