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세기의 저명한 역사가 토인비는 17세기부터 크리스트교의 후퇴로 말미암아 서구에 생긴 공백은, 기술에 대한 과학의 조직적 응용에서 생기는 진보의 필요성에 대한 신앙과 국가주의 그리고 공산주의라고 하는 종교에 의해 메워졌다고 간파하였다.

오늘날 크리스트교적 전통이 서구에 얼마나 남아 있으며 그것이 그들의 생활을 얼마나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지배하고 있는지, 그리고 크리스트교가 동양을 포함한 전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더라도 우선 토인비가 위의 새로운 3가지를 종교라고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전의 종교로서 크리스트교를 포함하여 이 새로운 종교들도 이미 서구를 넘어 세계를 점령하였거나 하고 있다.

17세기 이후 서구에서는 크리스트교가 확실히 쇠퇴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근저에는 유일신적 사상이 갖는 불관용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토인비가 말한 새로운 3가지 종교는 모두 개인의 욕망을 해방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탄생하였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것은 기존의 종교가 욕망의 억제와 자기통제를 지향하였다는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 3가지 종교가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특히 크리스트교적 신화를 무신론적 용어로 대체한 공산주의는 이미 그 종말을 맞은 바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21세기 이후의 우리의 생활을 안내할 사상 내지는 종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기존의 종교의 개혁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사상일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중심에 인간을 놓는 일이다. 피나는 종교투쟁을 거친 17세기의 서구역사에서 그것을 배울 수 없다면 우리는 그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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