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는 지난 12일부터 참여예산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참여예산제는 학생들이 직접 예산을 신청해 활동을 지원받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는 학생회비 중 총학생회 배당분의 20%가 참여예산제에 투입됐고 올해는 40%로 비율이 높아졌다. 총학생회는 참여예산제를 시행함으로써 학생자치모임이 활성화되고 학생회비 납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막 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우리대학과는 달리 고려대, 서울대 등은 이미 10년 전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총학, 자발적 소모임 활성화 기대
참여예산제는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소모임 활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소모임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활동 지원비를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 참여예산제를 이용해 지원을 받은 배드민턴 동아리 SMASH의 이지훈(행정 10) 전 회장은 “교내 배드민턴 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참가비만으로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친구를 통해 참여예산제를 알게 됐고 지원을 신청했다”며 “참여예산제 덕에 행사를 잘 치렀다”고 말했다.

참여예산제가 지원하는 활동은 크게 5가지다. ▲예체능 및 각종 대회에 관련된 활동 ▲교양 모임 조직에 관련된 활동 ▲학교 홍보에 관련된 활동 ▲공연 및 학술제에 관련된 활동 ▲공모전 및 봉사활동과 관련된 활동이 이에 해당된다. 이외의 활동은 총학생회의 회의를 걸쳐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위에 해당하는 활동을 한다고 무조건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예산제에 지원을 신청한 사람들은 행사나 모임을 진행하기 10일 전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사전회의도 필요하다. 행사 및 모임 후에는 후기와 사용 내역서도 제출해야 한다. 활동 지원비는 모임 당 최대 20만원, 개인 당 최대 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신청 기간은 3월 12일부터 6월 22일까지 넉 달간이며 매월 선착순으로 대상자를 모집한다.

주민참여예산제 참고, 학생회비의 주인은 학생
인문대 학생회장 시절 참여예산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김종민(국사 04) 전 총학생회장은 “일본에서 이와 비슷한 제도를 접했고 지역자치단체별로 시행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참고해 도입했다”며 “기존에 총학생회비는 집행부, 즉 총학생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학생이 내는 돈인 만큼 학생이 주인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예산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자발적인 소모임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민 전 총학생회장이 참고했다는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다. 우리대학에서 시행하는 참여예산제는 이와 비교해 학생들의 재량권이 적다. 하지만 예산에 대한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예산 편성과정에서 투명성이 제고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아직 주민참여예산제 수준의 재량권을 학생에게 부여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총학생회 이상윤 사무국장은 “주민참여예산제를 그대로 도입하면 이 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참여할 수 있게 예산을 신청하고 지원을 받아가는 수준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 제도화, 규모 등에서 앞서
지난해 처음 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우리대학 총학생회와는 달리 고려대, 서울대 등의 총학생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실제로 고려대는 2000년에 서울대는 2001년에 각각 자치예산제, 예산자치제라는 이름으로 참여예산제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도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몇몇 대학은 학생회칙과 세칙을 통해 참여예산제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전담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원 액수를 항목별로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명시해두었고 금전적인 지원 이외에도 물품이나 장비를 대여하기도 한다.

타 대학의 경우 참여예산제에 투입되는 금액의 규모도 크고 그만큼 참여율도 높다. 연세대 총학생회 김준현(연세대 3)씨는 “학생회비 중 800만원 정도가 예산자치제에 쓰인다. 하지만 지원이 많아 단체 당 최대 25만원까지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우리대학 참여예산제에 소요되는 금액은 350만원가량이다. 모임 당 최대 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연세대의 절반 수준인 약 15개의 단체가 지원 받게 된다. 이상윤 사무국장은 “우리대학 총학생회가 타 대학 총학생회와 비교해 돈이 많은 편이 아니다. 작년 지원자 수와 실제 사용 금액을 토대로 20만원을 최대 신청 가능액으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참여 유도, 사후 관리에 힘쓸 것
우리대학의 참여예산제는 이제 첫발을 내딛은 수준이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김종민 전 총학생회장은 “초기에는 이 제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어 참여율이 저조했다. 또 영수증 처리나 활동보고가 미흡해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윤 사무국장은 “작년에 7~8팀 정도가 신청을 했는데 후기와 영수증을 제대로 낸 팀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무한동력’ 총학생회는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홍보도 늘릴 예정이다. 이상윤 사무국장은 “아직 부족하지만 매달 월례보고를 전단지 형식으로 나눠줄 때 참여예산제 내용을 같이 실을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직접 찾아가 설명하거나 단체 문자로 참여를 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수증 처리나 후기 제출 등 사후관리 역시 철저하게 이루어질 예정이다. 총학생회는 영수증이나 후기를 제출하지 않은 모임에게 불이익을 주고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벌칙 조항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_ SM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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