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국회 만들기 운동본부 발족식’을 열었다. 이날 한대련 소속 대표자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마지막 삭발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5월 1일에는 당시 한대련 의장이었던 박자은 통합진보당 전국학생위원장이 삭발을 해 반값 등록금 시위에 대한 여론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9월 29일 반값 등록금 시위 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박 위원장과 반값 등록금 시위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거울 보면 늘 반값 등록금 생각나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박 위원장의 머리는 어느덧 목덜미까지 자라있었다. 박 위원장은 현재 한대련 의장 임기를 마치고 통합진보당에서 전국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반값 등록금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던 계기를 묻자, 박자은 위원장은 “친구들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학자금 대출때문에 월마다 이자를 20만원씩 내야만 하는 친구,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4개나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삭발을 한 후 겪었던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박 위원장은 “삭발을 하고 나니 감당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다”며 웃었다. 머리가 짧았던 박 위원장을 남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화장실에 갈 때는 일부러 전화 받는 척을 하며 들어가기도 하고, 여대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반값 등록금을 생각했다. 지금도 짧은 머리를 볼 때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고민했던 시간과 싸웠던 나날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시위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으로 박 위원장은 지난해 9월 29일에 있었던 시위를 꼽았다. 박 위원장은 “그날 시위에서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길에 누워서 물대포를 그대로 맞았다. 그때가 초가을이라 꽤 추웠는데 물까지 맞아 학생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심하게 떨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옷이나 담요 등을 덮어줬다”며 학생들의 강인한 의지와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대학생들의 요구를 정당이나 국회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중간자로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또한 박 위원장은 “이제는 20대의 수식어가 ‘삼포세대’나 ‘아픈 청춘’과 같은 우울한 수식어가 아닌 밝은 단어로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조아론 중앙대 안성캠퍼스 전 총학생회장,
박자은 숙명여대 전 총학생회장, 김종민 전 총학생회장

토익 공부만 하는 새내기들
조아론 통합진보당 경기도 학생위원장 역시 반값 등록금 시위의 숨은 주역이다. 당시 조 위원장은 한대련 경기남부대련 추진위원장이었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으로 재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서명운동을 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시위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중앙대 안성캠퍼스에는 예술계열 학생이 많다. 재료비와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는 친구들의 현실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시위 이후의 변화에 대해 10.26 보궐선거에서 다른 해에 비해 젊은 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다며 이전과는 다른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무상급식과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의 예처럼 투표를 하면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학생들이 이제는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의 평균적인 정치의식에 대해서 조 위원장은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은 “도서관에 가면 인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당연히 정치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요즘은 1학년도 토익 공부만 한다”며 정치적 관심도가 낮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조 위원장은 “원래 동네에서 요식업을 하는 게 꿈이지만 지금은 당에 소속돼 오는 총선과 대선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대학, 변화의 선두에 서야
우리대학 김종민(국사 04) 전 총학생회장도 반값 등록금 시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김종민 씨는 시위 당시 우리대학의 분위기에 대해 “이미 반값인데 참가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많았다”며 우리대학의 참여 의지가 약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故 황승원 학우가 라면과 한 끼 식사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공론화되면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대학의 한대련 가입을 추진했던 배경에 대해서는 “반값 등록금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데 우리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현재 우리대학의 법인화 문제도 전국적 연대조직을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전 총학생회장은 “국가 장학금과 반값 등록금 혜택 모두를 본 학교는 우리대학이 유일하다”며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종민 전 총학생회장은 지난 20일 방송된 ‘MBC 백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청년 정치와 반값 등록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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