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던 신 모(29)씨가 고시원 앞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던 대학생이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휴학생이던 신 씨는 집안사정으로 1년 반 동안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만화방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해 왔다.

신 씨처럼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도 현재 3만여 명에 달한다. 대학 재학생 10명 중 8명은 비싼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데 여념이 없다.

물가는 오르고, 대학생 소득은 줄고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한 달 평균 수입이 3년 연속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은 27세 이하 전국 대학생 1,883명을 상대로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2011년 평균 56만 3,000원이라고 밝혔다. 2009년 61만 1,000원, 2010년 58만 3,000원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20만~40만원을 벌었다는 대학생이 37.2%로 가장 많았고, 40만~60만원을 벌었다는 대학생이 18.7%로 뒤를 이었다. 100만원 이상 번 대학생은 8.6%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월 소득 40만원 이하는 전체의 51.3%로 2010년 대비 5.6%p 증가한 데 비해 월 소득 80만원 이상은 18.3%로 2010년 대비 8.4%p 감소한 것이다.

삼겹살 외식비가 14.9% 오르고, 교통비도 7% 오르는 등 대학생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특히 더 높아 대학생들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물가 부담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외식비(25.4)%를 줄여 생활비를 아꼈다고 답했다. 이어 품위유지비(22.8%), 유흥비(21.7%), 문화생활비(10.8%) 등을 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가 주택난, 집 구하기 ‘전쟁’
대학생의 고민은 생활비뿐 아니라 주거문제에서도 계속된다. 매해 새 학기를 앞두고 집을 구하는 대학생들로 들썩인다. 우리대학 정문도 임차인을 구하는 전단지로 가득하다. 대부분 월세 물건으로 전세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전용면적 20~30㎡기준의 원룸 가격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이상으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생각하면 대학생에게 부담스런 가격이다.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면 월세를 10만원가량 낮출 수 있지만 대학가에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부분 원룸이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계약을 거부하는 일도 허다하다.

대학가 인근에서 자취중인 신가우(숭실대 2)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살고 있던 방 월세가 올라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대부분 가격이 오른 상태다. 신가우 씨는 "신문을 읽다보면 전세나 월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대학가는 사정이 다르다"며 "매년 오르는 등록금과 방값 탓에 방학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만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월세가 대부분인 대학가 사정을 고려해 월세 지원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해
정부가 대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며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국가장학금으로 쏟아 부었다. 하지만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들의 장학 혜택은 줄어드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등록금 인하에 소극적인 서울의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유형2’(기초생활수급권자~7분위 학생 대상) 장학금의 액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정수영(중앙대 4)씨는 “주변에 유형2로 7만원을 받았다는 사람도 봤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만큼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는 국가장학금 유형2의 경우 대학의 자구노력(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 규모)에 비례해 정부가 장학금 예산을 지원한다. 하지만 서울의 사립대들 대부분의 등록금 인하율이 한자릿수 대에 그친 탓에 정부가 처음에 정해놓은 지원금을 사립대에서 모두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대학생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도 큰 도움이 못되고 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입주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생이 학교 주변에 거주할 주택을 찾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제시하면, LH가 해당 대학생을 대신해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로 인해 입주대상자에 뽑히기도 어렵고 LH에서 제시하는 ‘전용면적 40㎡ 이하’인 주택은 대부분이 전세가 아닌 월세이기 때문에, LH가 전세계약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집값 대비 부채비율이 80%인 주택으로 임대대상이 제한돼 있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지적이다.

그림_ 김다솜 kki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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