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는 로마인들이 열광하는 경기들이 벌어지곤 했다. 야수들의 싸움, 야수에 의한 공개 처형, 검투사들의 대결 등 경기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검투사끼리 목숨을 걸고 펼치는 대결이었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검투사들은 맹렬히 싸웠다. 그러다 검투사 중 한 명이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지게 되면 대결은 종료됐다.

결투가 끝나면 패배한 자는 승리자의 다리를 붙잡고 목숨을 구걸했다. 이때 패배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자는 대결을 주최한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최자는 관중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관중들은 고함을 지르거나 손짓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했다. 결투를 보며 잔뜩 흥분한 관중들이 과연 검투사들의 생명을 존중해줬을까. 아마 실력이 없거나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검투사들은 하늘나라로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녀’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고대 로마인이 콜로세움에서 보여줬던 광기가 떠오른다. 택시막말녀, 슈퍼폭행녀, 된장국물녀 등 그 이름도 다양하고 자극적인 ○○녀에 대한 기사는 단숨에 인기기사가 돼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다. 네티즌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들을 비난한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부터, 신상정보를 공개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짧은 동영상을 통해 네티즌은 ○○녀를 판단하고 처벌하려 한다. 단편적인 정보만 주어지기 때문에, 억울하게 엉뚱한 사람의 신상정보가 퍼져 고통 받기도 하고 ○○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네티즌은 책임지지 않기에 곧바로 잊어버리고 다음 대상을 찾아나설 뿐이다.

○○남보다는 ○○녀가 훨씬 많이 등장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공격적이고 폭력적일까. 아니면 남녀평등 사회가 도래한 지 오래되다보니 여성의 자기주장이 남성보다 더 거칠고 적극적이게 된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같은 일에도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아직도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만이 잔인하게 희생된 건 아니었다. 전쟁을 통해 잡혀온 노예와 핍박받는 종교인은 야수나 사람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이들은 로마에서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는 최하위 계층이었다. 로마인은 그들에게 자신들이 갖고 있는 끔찍한 광기를 쏟아냈다. 그들이 경기장의 관중석에 있는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도 윤리라는 이름의 핑계를 대고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건 아닐까. 우리의 마음속에 쌓인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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