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조과 AT, 착복식 등 관행 모두 폐지돼 이제는 자유로운 분위기
학생의식 개선과 학교의 지속적인 지도로 학과 내 악습 근절되길

 
3년 전, 환경조각학과(이하 환조과)의 한 신입생이 우리대학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에 글을 올렸다. 그 글은 학과 내에 행해지고 있던 악습이나 불합리한 점에 대한 것이었다. 글을 통해 AT(Animal Training)라 불리는 단체기합, 폭력적 요소가 있던 착복식 그리고 장학금 지급에 대한 불투명성 등 환조과 내부의 비민주적 행태들이 제기됐다. 이에 환경조각학과는 외부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글을 쓴 sibi(가명)는 환조과 구성원들의 비난을 받게 됐다. 비난을 견디지 못한 sibi는 전과를 신청했지만 거부됐고, 사건은 공개토론회와 많은 이들의 입장표명 후 가해학생 처벌로 일단락됐다.

sibi의 상처와 변화의 바람

환조과 사태 이후 sibi는 3년간의 휴학을 하고 지난 학기에 복학해 현재 2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다. sibi를 만나 당시 못 다한 이야기와 근황을 들어봤다.

sibi는 휴학 중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 그녀는 “후배들은 이런 일들을 겪지 않길 바랐던 마음에 다른 학우들의 조언을 듣고자 글을 썼다. 이 전에 광장에 글을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건 당시를 회상했다. 덧붙여 그녀는 “나는 학과에서 힐난을 받았고, 우리 학과 사람들은 타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나도 개인적으로 힘들었지만 우리 학과의 다른 학우들도 놀라고 무서웠을 것이다”라며 심정을 밝혔다.

또한 sibi는 사건 처리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총학생회 측에서 일처리가 부적절했었다고 생각한다. 학교 측에서도 사건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아 실망했었다”고 토로했다.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 누군가를 처벌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단지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공문을 보내거나 주의를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학생처는 자꾸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만 물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 다니는 데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지금도 주위의 시선이 편하진 않다. 하지만 복학을 정말 하고 싶었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돼 좋다”며 웃으며 답했다.

환조과 사태 이후 환조과 안에는 변화가 있었다. 환조과 12학번의 A양은 “한 번도 단체기합을 받은 적이 없다. 선후배간의 선은 지키되 자유로운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B군 역시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은 절대 없다. 술을 억지로 강요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환조과 사무실에서도 장학금 공지를 모든 학생들에게 철저히 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타 학과들도 예외는 아냐

“한 학기에 두 번씩 단체기합을 받는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한 공대생의 말이다. 학과 특성상 남학우들이 많은 학과는 선후배 관계가 다소 엄격한 편이다. 인사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으면 집합해서 훈계를 받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한 1학년 학생인 C군은 “우리 학과 선배인지 아닌지 몰라도 우리 학과 건물 내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혹시라도 선배에게 인사를 안 하면 혼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단과대학 임원은 “오늘날 대학 선후배 관계는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려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이나 비인간적인 모습들은 자중해야 하지만, 각 학과의 오래 내려온 특성은 고려해야 한다. 각 학과 학생회장들도 건강한 방향으로 바꿔나가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합을 받거나 엄격한 규율이 있진 않아도 선배의 암묵적인 강요는 어느 학과에나 있다. 경영대의 한 1학년 학생은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안 마시기엔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고백했다. 선후배 사이에 어느 정도 규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박선민(컴과 10) 공과대학생회장은 “선후배 관계가 엄격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그로 인해 유대감이 더욱 강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점이 학과 내의 위계질서를 만드는가에 대해 박지성(전전컴 06)씨는 “학번제로 호칭을 붙이는 학과가 나이로 호칭을 정하는 학과보다 선후배 관계가 정확하다. 또한 학생 수가 많은 학과보다 학생 수가 적은 학과가 선후배끼리 더 돈독한 대신, 후배 관리도 더 철저히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 수도권 소재 K대학에서 행해진 단체기합
교수와 학생처의 지도 필요해

우리대학의 생활체육정보학과(이하 생체과)는 예전부터 내려오던 단체기합이나 깍듯이 인사하는 일명 ‘직각 인사’가 사라졌다. 생체과의 D군은 “어느 대학을 찾아봐도 우리대학만큼 체육 관련 학과가 자유로운 선후배 관계를 갖고 있는 곳은 드물다. 좋은 점이 훨씬 많지만 전보다 학과 행사 참여가 줄고, 학과에 대한 애정이 줄어든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자율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학과 내의 문화를 변화시키려한 생체과 학생들의 노력 덕분이다. 학생들의 노력으로 생체과는 2009년 즈음부터 집합과 단체기합이 거의 사라지게 됐다. 이어 2010학년도에는 학과장의 지침으로 집합과 단체기합이 아예 사라졌다. 학생들의 자체적 노력과 더불어 지도교수 혹은 학교 측의 지침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학생처 황경민 씨는 “학과 내의 특수성은 이해하지만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 완전히 근절시키기 위해 전 학과에 공문을 보내는 등 행정적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글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그림_ 김다솜 kki345@naver.com
사진_ 네이버 블로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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