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고층건물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흐름 때문에 발생
빌딩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높은 건물을 퍼뜨려서 지어야

“여긴 왜 바람이 강하게 불지?”

 미래관에서 수업을 받으러 가본 사람이라면 이런 궁금증을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도 미래관 앞은 다른 장소에 비해 유난히 강한 바람이 불곤 한다. 강풍을 동반한 비라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부는 이유는 바로 빌딩풍 때문이다. 주위의 건물보다 눈에 띄게 높거나 큰 건물이 지어지면, 그 주변에는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고층건물이 밀집해 있는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게 발생한다.

 빌딩풍은 자연적인 바람의 규칙을 외면한다. 보통 기온이 낮은 고지대의 바람은 기온이 높은 저지대의 바람보다 빠르다. 하지만 도시의 낮은 지역에 부는 빌딩풍의 속도는 산중턱에 부는 바람보다 빠르다. 해발 455미터에 위치한 기상청의 북한산 측정소보다 해발 60m에 달하는 강남 빌딩숲 사이에서 잰 바람이 더 강한 경우가 빈번하다. 심지어 초속 17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러한 빌딩풍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건물과 부딪힌 바람, 빌딩풍이 되다

 빌딩과 바람이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몇 가지의 흐름이 형성된다. 먼저 건물 모퉁이를 벗어나 부는 박리류가 있다. 박리류는 건물과 만나 좌우방향으로 벽면을 타고 흐르던 바람이 모서리까지 도달해 건물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다. 흐름이 형성되는 지역이 주위보다 압력이 높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생성된다.

 두 번째로 하강풍이 있다. 바람이 건물벽면에 부딪치면 건물 높이의 60~80% 지점에서 상하좌우로 흩어지는데, 그 중 좌우로 흐르는 바람은 건물의 측면을 지나며 위에서 아래로 불게 된다. 이 때 바람이 건물 뒤쪽의 낮은 압력에 끌려들어가기 때문에 빠르고 강한 바람이 형성된다. 하강풍은 건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더 강해진다.

 건물과 만나 흩어진 바람 중 아래쪽으로 흐르는 바람이 역풍이다. 벽면을 따라서 내려온 바람 중 일부는 좌우로 흩어지고, 나머지는 원래 흐르던 바람과는 반대로 흐른다. 높은 건물 앞에 낮은 건물이 있는 경우, 역풍의 세기가 더 강해진다. 이외에도 건물의 뒤편에는 바람의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 소용돌이를 일으켜 작은 휴지나 낙엽 등을 공중으로 띄우는 상승풍 등이 발생한다. 이런 소용돌이 현상 때문에 빌딩풍은 먼로바람이라 불리기도 한다. 환기구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누르고 있는 영화 속 마릴린 먼로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바람도 빌딩풍에 속한다. 계곡에서 부는 바람에서 이름을 따온 골짜기바람이 그것이다. 각각의 건물에서 발생한 박리류와 하강풍이 겹치며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이 현상은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좁은 공간으로 공기가 이동할 때 기압이 낮아져 속도가 빨라진다는 벤투리 효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골짜기 바람은 건물 사이가 좁을수록 더욱 강해진다.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을 때 부는 바람도 있다. 가로풍이라고 불리는 이 바람은 건물들 사이로 바람통로가 형성돼 만들어진다. 바람의 방향과 도로의 방향이 일치할 경우 바람의 세기는 더 강해진다.

▲ ①건물 모퉁이를 벗어나 부는 박리류 ②박리류와 하강풍이 합쳐진 골짜기 바람 ③불어온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역풍
빌딩풍으로 인한 다양한 피해발생
가장 좋은 방법은 높지 않게 짓는 것

서울시내에 고층건물이 늘어나면서 강한 빌딩풍이 불어 건물의 유리창, 출입문 등이 파손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간판, 가판대가 날아가고 길가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일도 있다. 고층아파트단지 주변 학교에서는 설치한 현수막이 자꾸 찢어져서 특수재질 천으로 만든 현수막으로 바꾸기도 한다. 또한 빌딩풍은 가로수 주변의 기온을 낮춰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가로수의 껍질을 벗기는 등의 피해를 준다.

 빌딩풍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갑작스런 바람이 불 경우 보행자가 숨쉬기 힘들어지고, 체감온도가 내려가 추워진다. 먼지나 낙엽 등을 동반한 회오리바람의 형태로 발생해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문틈이나 창문 등 건물에서 듣기 싫은 소음도 발생한다.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하는 이유는 강한 바람이 부는 날, 그 바람을 더 거세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성균관대 이규석 조경학과 교수는 “요즘 같은 봄철은 바람이 부는 날이 많은데, 고층빌딩 근처에서 더욱 센 바람이 불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해진 바람에 의해 인명피해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노인들이 갑자기 발생한 돌풍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고층빌딩 건설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피해를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건물을 높게 짓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게 높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면 건물을 밀집시키지 말고 떨어뜨려서 지어야 한다. 이규석 교수는 “독일에서는 고층빌딩 반경 800m 안으로는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반해 서울의 강남, 도봉, 목동 등에는 고층빌딩이 지나치게 밀집해있어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이규석 교수는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시, 빌딩풍의 발생 여부에 대한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고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나무를 심거나 방풍막을 설치하는 것이 있다. 이를 통해 강한 바람을 흩트려서 바람의 세기를 줄일 수 있다. 건물을 설계할 때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거나 벽면에 요철을 만드는 것도 빌딩풍을 감소시키는 한 방법이다. 박리류의 흐름을 분산시켜 풍속을 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사진_ 김태현 기자 gep44@uos.ac.kr
그림_ 김다솜 kki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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