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선거로 떠들썩하다. 무슨 큰 축제라도 벌어진 양 동네방네 차량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며 누구누구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 그리고 어느 당이 좋으니 나쁘니 하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종종 있어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들의 목소리에 이끌려 결국은 투표장에 가서 조그만 쪽지에 적힌 자들 중에 잘 모르는 누구에게 도장을 꾹 눌러 놓고 돌아오기도 했다. 대통령을 뽑을 때도 그랬고 국회의원을 뽑을 때도 그랬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을 뽑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뽑아 놓으니 다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전 때 겸손하고 예의바른 그들은 다 어디에 가고 오만하고 여유 없는 자들만 청사와 의사당을 메우고 있다.

공직에 대해 생각해보면 공직이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헌법에는 명시되어 있다.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국민이나 도민 또는 시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일해야 하므로 적어도 그 직을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자연인이었을 때와는 달리 공직자의 업무란 정해진 규정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통제를 받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직을 이용해 재산을 불렸는지도 감시당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자리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 하려고 하고 있다. 경쟁의 자리에 나가지 못한 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어린애처럼 울기도 한다. 마침내 당선된 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사명에 찬 결의를 보여주곤 한다. 이렇게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충정들이라면 이쯤에서 가슴이 벅차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선거 때마다 과반수의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것은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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