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론

지성인의 요람을 표방하는 대학 공간에서 지성인의 자리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치열함의 정도로 인생의 충실도를 가늠하는 경쟁사회의 오늘을 맞이하는 현대인이라지만, 지금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성인들의 자리싸움은 보기 안타까울 지경이다. 여기서의 ‘자리’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닌,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비나 지정한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로서의 ‘자리’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서울시립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는 매학기 20여 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일 년에 입시를 두 번 치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 년 약 40여 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는 꼴이다. 그런데 문제는 들어오는 신입생 수에 맞게 졸업생을 배출하느냐 인데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석사 2년 과정을 마치고 바로 졸업하는 학생은 과반수를 넘기지 못한다. 박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늘어나는 대학원생의 수에 비해 대학원실의 공간은 터무니없이 좁고 자리는 늘 부족하다. 학생 수는 불어나지만 대학원실은 십년 째 그대로이다. 지성인들이 치열하게 다투어야 하는 것은 지식과 학문에 대한 의견이지 물리적 공간의 확보가 아니다. 지성인들이 열정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와 의지이지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여서는 안 된다. 진정한 지성인의 요람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학교는 지성인들의 정당한 치열함을 보장해주는 공간의 확보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박윤선(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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