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론

지난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한식(寒食)이었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서 중국 진(晉)나라 충신 개차주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주과를 마련하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지내는 것이 풍습이다.

나의 가족도 매년 4월 초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에 성묘를 간다. 묘소에 예를 올리고, 근처에서 친지들과 식사를 한다. 설날, 추석처럼 서로 웃음꽃을 나누고 걱정도 함께하며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차례 상에 올렸던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번에는 정말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Orange'이다. 전통 차례 상에 수입 오렌지라. 아이러니다. 큰어머니는 사과, 배 등 국내산 과일이 오렌지에 비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차례 상 위의 오렌지를 보고 조상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됨에 따라 미국산 오렌지 수입량이 전월에 비해 95% 증가했다. 최근 마트 전단지를 살펴보면 오렌지 할인광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필자의 경험처럼 한미 FTA의 영향이 우리 실생활, 심지어 차례상과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FTA 존속여부에 대한 여야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하지만 여전히 한미 FTA는 대학생들 관심 밖에 있다. 국가 간의 일이라 너무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신문 속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표빈(철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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