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 대표 김정현(가톨릭대 4)

▲ 딜라이트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정현 대표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2009년, 20대의 젊은 나이에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를 설립한 김정현(가톨릭대 4)대표의 말이다. 딜라이트는 보청기의 표준화, 유통구조개선, 대량생산 세 가지를 통해 보청기를 시중 가격의 30% 정도로 난청인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현재 전국 9개 직영점에 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손님들로 분주한 사무실을 찾아 김정현 대표를 만나봤다.

딜라이트는 왜 사회적 기업인가요?
사회적 기업은 기업 활동을 수행하면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말해요. 저희는 난청인 문제에 주목했던 것이죠. 현재 노인의 30%가 난청인이에요. 하지만 스스로가 난청 장애임을 모르거나 비싼 보청기 가격 때문에 난청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 문제에 주목해 저렴한 보청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렴한 보청기를 공급함으로써 난청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에게 보청기를 무료로 제공해 화제가 됐는데,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나눔’이라고 볼 수 있나요?

나눔이 사회적 기업의 한 역할일 수는 있지만 본질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그분에게 보청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분이 저희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였기 때문이에요. 무조건적인 나눔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회적 기업도 어디까지나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회적 기업의 본질은 기업 활동과 사회 기여의 결합이에요. 예전에는 ‘혼자 잘 살자’가 자본주의의 모토였다면, 이제는 ‘같이 잘 살아보자’가 새로운 모토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제가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웠어요. 아이비리그 학생들은 사회적 기업이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왜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저는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취직, 프리랜서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창업이 제일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창업을 위해 친구들과 외국 사례 등 여러 사업 아이템을 공부했어요. 그 중에는 인공수정체에 관한 사업, 중·고생을 고용하는 사업 등 여러 아이템이 있었죠. 하지만 이 중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성공 가능성을 고려해 보청기 생산을 아이템으로 선정해 창업하게 됐어요.

▲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의 보청기

창업을 하신 후 느낀 창업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첫 번째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조직에 속하게 되면 타인이나 환경 등 외형적인 것에 의해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창업을 하면 자신의 본질적인 능력과 주어진 상황 이 둘만의 대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기에 좋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것이에요. 창업을 한 이후에는 성과에 의해 잘한 것과 못한 것의 차이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하기 쉬워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여러 지식을 골고루 익힐 수 있다는 것이에요. 직장에 다니면 자신의 분야에만 집중하기 쉬운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고 모든 지식을 두루 알 필요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매일 신문을 빠짐없이 읽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창업은 성장하는 데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예요. 실패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시행착오일 뿐이에요. 무엇이든 하고, 하고, 또 하고, 또 하다보면 꼭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요. 부족하면 배우면 되고, 잘못됐다면 수정하면 그만이죠. 반대로 말하면 의지 없이 창업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성공적인 창업은 자본이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커피숍 같은 개인 사업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이템이 좋다면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제대로 어필을 못했거나 아니면 투자자를 찾는 것을 게을리 했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에는 대표님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계신데 젊은 CEO라 불편하지는 않나요?
회사 내에는 각자의 역할과 직급이 있어요. 저는 그저 대표일 뿐이죠. 나이가 어려서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서 괜찮아요. 그리고 외부에서도 나이 어린 CEO라고 안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나이는 바뀔 수 없는 현실일 뿐이기 때문에 제 일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청년 창업을 함으로써 포기한 대학생활이 있을 텐데, 대학생활에 아쉬운 점이 있나요?
공부를 많이 못한 것이 아쉬워요. 학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경영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기술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 기술인 영어, 엑셀 등은 비교적 시간이 많은 대학생 때 여유를 두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인데 하지 못해서 지금 불편한 점이 많아요. 지금은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더욱 아쉬워요.

대학생활로 돌아간다면 공부 이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말 그대로 하고 싶은 모든 걸 하고 싶어요. 대학시절은 사회에서 엄청난 특혜를 주는 시기잖아요. 만약 대학생활로 돌아간다면 영화나 책을 보는 것도 좋고 재밌는 대학생활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 같아요.

20대 청년들이 사회에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가 청년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끔 옭아매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사회가 청년들에게 ‘네가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면 열등한 바보일 뿐이야’라고 정해버린 것이죠.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은 그저 정해진 길로만 가려고 해요. 하지만 그 길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조직에 나를 포함시키는 것일 뿐이에요. 그 길이 무조건 나쁘고 안 좋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청년들에게 다른 길을 강요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요. 하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역량에 맞게 가치를 보상받는 것이 정당한 것이지 누군가 정해놓은 길에 얹혀가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탓이 크지만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창출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너무 수동적으로 살지 않길 바라요. 깨어있는 청년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리_ 장병국 기자 whitesky2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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