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우리학교 상징물인 ‘장산곶매’의 유래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무도 없었다. 필자도 몰라서 학교 홍보팀에 물어봤다. 홍보팀에서도 처음엔 유래를 알지 못했으나 수소문 끝에 1989년도 학보에 게재된 기사를 찾아 필자에게 연락해줬다. 당시 학교에서는 학교를 상징하는 동물을 만들기로 했고 동문들의 의견을 구한 결과 ‘장산곶매’가 채택됐다. 그래서 필자는 홍보팀에게 학교 홈페이지를 비롯한 학교 홍보물에 ‘장산곶매’의 유래를 스토리텔링 자료로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황해도 지방에 장산곶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 뒷산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사는 매를 장산곶매라고 한다. ‘장산곶매’는 송골매의 일종으로 사냥용 매다. 알에서 부화해서 스스로 먹이 사냥을 할 수 있는 정도의 1년생된 매를 보라매, 야생에서 다 자란 매를 산진이, 새끼 때부터 집에서 길들인 매를 수진이, 깃털색이 흰 것을 송골매, 푸른빛이 도는 것을 해동청(海東靑)이라고 각각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장산곶매”를 찾아야만 하는가?

위의 질문은 우리학교의 브랜드 정체성을 묻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6년 후면 개교 100년이 됨에도 불구하고 학교 상징물의 유래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아직도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대학 정체성의 현주소를 확인한 것 같아 씁쓸했다.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브랜드 자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애플하면 떠오르는 것이 사과모양이고 나이키하면 스워시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강의 중 학생들에게 ‘서울시립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서울시립대의 SWOT(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요인) 분석을 해 보라고 하면 약점으로 응집력이 없다는 것을 많이 꼽는다. 강한 응집력은 정체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직은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조직의 일체감을 확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2012년은 서울시립대에게 그야말로 ‘티핑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시작된 작금의 상황은 인지도 상승 및 이미지 쇄신을 통해 서울시립대 발전의 르네상스를 시작할 기반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기회를 동문과 재학생, 교직원 등 전 서울시립대인이 하나가 되어 적극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모르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스마트’시대이다. ‘워크 하드’가 아니라 ‘워크 스마트’가 필요한 시대에 중요한 것은 첫 단추를 잘 꿰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서울시립대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며, ‘장산곶매’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제대로 포지셔닝 시키는 것이다. 날짐승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매 중 최고인 장수매를 일컬어 '장산곶매'라 한다고 하니, ‘장산곶매’는 우리학교의 상징으로 자리 매김 돼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조승우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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