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역량강화사업 볼모로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부산교육대, 강원대, 군산대, 충북대, 강원대를 ‘구조개혁 국립대학’으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국립대학의 구조개혁을 위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행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에 대한 교육역량강화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다시 한 번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교과부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하위 15% 국립대들을 선정하는 평가 기준 중의 하나로 삼았다. 또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된 국립대에 대해 ‘하위 15%에 선정된 대학들은 교과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하나,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면 구조조정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교과부의 국립대학 개혁이라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총장직선제 폐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과부, 국립대에 노골적인 압력 가해

  교육대의 경우, 취업률에 해당되는 임용고시 합격률이 교과부가 설정한 정원에 따라 결정이 되므로 국가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교과부는 기계적으로 교육대를 평가해 부실대학으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제외한 평가 항목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광주교대와 부산교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에 속했던 대구교대는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했고, 덩달아 다른 교육대들도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원대와 충북대 또한 부실대학 선정 과정에서 몸살을 앓았다. 박종희(강원대 4)씨는 “우리대학의 경우 경춘선의 개통으로 수도권 학생들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학교의 여러 지표가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척대와의 통합으로 인한 후유증 등으로 부실대학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박 씨는 “부실대학 선정을 빌미로 교과부는 대학 내 개혁을 요구하며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했고 또한 대학에 대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압력을 가했다”며 교과부의 방침이 대학교육의 민주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충북대 또한 강원대와 유사한 방식으로 교과부의 압력을 받아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이상훈(충북대 2)씨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자 교과부는 충북대에 대한 강제 구조개혁 추진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며 “결국 교과부의 하위 15% 국립대학 선정은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국립대학 총장직선제 폐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부 방침, 대학교육의 민주화에 역행

  몇몇 국립대의 총장직선제 폐지 이후, 교과부는 국립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부분의 국립대들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또한 교과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총장직선제 폐지 유무를 평가 항목에 넣었다. 이에 따라 총장직선제 폐지를 거부한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경북대 중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하고,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국립대들은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장재원(경북대 2)씨는 이 같은 교과부의 조치에 대해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사실상 국립대 지원 선정기준으로 두면서 예산을 빌미로 대학에게 정부 정책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것은 철거민에게 위로금을 들이대면서 계약서에 지장을 강요하는 깡패집단의 행태나 다를 바가 없다"며 “부실대학 선정과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과정에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는 대학에 보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국립대의 자율성을 위해 대학행정에 국가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교과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만 지고 있다.

장국영 기자 ktkt11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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