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돈의 맛

에바를 추궁하는 배금옥, 돈의 힘을 과신해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돈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그칠 줄 모르는 각종 비리, 횡령, 사기, 절도사건을 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기에, 돈에 대한 욕망은 커지기 십상이고, 그렇게 커진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괴로워하고 고통 받는다. 그렇다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면, 이런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돈의 맛>은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생활과 그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주영작’은 재벌가인 백 씨 집안의 개인비서로 일하며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그는 돈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통해 검찰과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재벌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돈의 맛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돈의 마력에 빠져버린 그를 정신 차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 ‘에바’의 죽음이다. 백 씨 집안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백금옥’이 남편인 ‘윤회장’과 에바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을 알게 되고 에바를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영작은 돈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뇌물로 몇 십억쯤은 우습게 사용할 정도로 돈이 넘쳐나는 백 씨 집안이지만, 그들의 집안은 평안하지 못하다. 윤회장을 믿지 못해 집안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백금옥.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느꼈지만 여태껏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윤회장. 가족을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을 바꿀 힘이 없는 윤회장의 딸 ‘윤나미’. 그들의 꼬인 가정사를 푸는 데 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이다.

인간이 욕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욕망을 가진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만 그 욕망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람은 다양한 욕망을 갖고 있기에, 돈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지면 다른 욕망에 소홀해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뭐든지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돈으로는 채울 수 없는 욕망이 있다. 연인과의 사랑, 육체적인 쾌감, 꿈의 성취 등이 그것이다. 영화에서 윤회장은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동안의 삶을 반성한다. ‘모욕’. 윤회장이 돈의 맛에 빠져 살아온 지난 세월을 한단어로 표현한 말이다. 너무나 달콤한 돈의 맛에 빠져 자신을 모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김태현 기자 ge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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