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광운대를 시작으로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축제를 치렀다. 이들 축제의 한 가지 공통점은 ‘연예인’의 공연이 있었다는 점이다. 유명 연예인의 섭외 여부에 따라 축제의 흥망이 점쳐지기도 했다. 특히 인디밴드 위주로 축제 섭외 연예인을 구성했던 서강대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들의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대학축제의 유명 연예인, 과연 꼭 필요한 존재일까?

축제에 절대 빠지지 않는 연예인

포털에서 특정 대학의 축제를 검색하면 ‘00대 축제 가수’, ‘00대 축제 연예인’ 등의 연관검색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도 대학축제의 화두는 항상 초청 연예인에 집중돼 있다. 유명한 연예인을 얼마나 많이 섭외했느냐에 따라 주최측의 역량이 평가되기도 한다. 지난 11일 진행됐던 연세대 축제에는 태티서, 김장훈, 싸이, 배치기, 김태우, 리쌍 등이 출현해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축제에는 무려 2만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다른 대학들 역시 유명 연예인 섭외에 열을 올렸다. 연세대의 라이벌 대학으로 잘 알려진 고려대 또한 태티서, 다이나믹 듀오, 씨스타, 시크릿, 10cm 등 유명 연예인들을 축제에 섭외했다. 지난 15일부터 3일간 축제를 진행한 성균관대는 시크릿, 걸스데이 등을 무대에 올렸다. 서울대는 김태우, 브라운 아이드 걸스를 가천대는 싸이, 다비치, 하하·스컬 등을 섭외했다. 이밖에 한양대, 경희대, 동국대, 건국대, 홍익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축제에 최소 2팀 이상의 연예인을 섭외했다. 한편 우리대학은 김장훈, 노라조, 이동엽과 인디밴드인 치바사운드, 레이지본, 스토리셀러를 포함해 총 6팀을 섭외했다.

암표 매매까지… 얼룩진 축제
 
유명 연예인 섭외 열기가 과열됨에 따라 부수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연세대 축제는 아예 입장권을 별도로 마련해 1만 원을 받고 판매했다. 연세대 축제에 참가하고자 하는 외부인들 사이에서는 “표를 구하려면 연세대 학생 인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던 중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세연넷’에서 2만원으로 판매되는 ‘암표’가 등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 졸업생인 A씨는 지인에게 받은 표 4장을 포함해 다른 경로를 통해 구입한 표까지 총 18장의 암표를 판매해 약 12만원 가량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인 연세대 응원단 ‘아카라카’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이와 같은 섭외 열기에 유명 연예인들의 몸값까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대학축제의 단골손님인 가수 싸이의 섭외비는 약 1,500만 원이다. 올해 대학축제 섭외 1순위로 손꼽히고 있는 아이돌그룹 씨스타의 섭외비용은 2,000~3,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축제에서 선호하는 아이돌그룹인 소녀시대는 약 5,000만 원, 비스트는 약 1,500만원의 고액의 섭외비를 자랑한다. 제주대는 올해 축제에서 연예인 섭외를 위해 약 7,000만 원, 가천대는 5,00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전체 축제예산의 25%에 해당하는 약 2,000만 원을 연예인 섭외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연세대 응원단 아카라카는 섭외 비용 공개를 거부했다.

성균관대 축제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가 SNS를 통해 실시한 선호 연예인 조사에서 가수 아이유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를 확인한 섭외 대행사들이 아이유만 섭외하면 성균관대 총학생회와 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치열한 ‘섭외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축제의 연예인 섭외는 이미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연예인 공연

지난 12일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인 알바몬이 대학생 3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 41%가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취업과 학업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가 37.9%로 불참이유 1위였다. 2위로는 ‘재미가 없다’는 이유가 꼽혔다. 한편 연예인 축제에 대해서는 팽팽한 의견의 대립을 보였다. 응답자의 44.1%는 축제에서 행해지는 연예인 공연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45%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축제에 긍정하는 이유에 대해 가천대 김길중(가천대 4) 총학생회장은 “연예인 공연 덕분에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중앙대 축제에 참가한 권용재(중앙대 1)씨는 “연예인이 오면 분위기가 뜨거워져서 좋다. 축제가 아니면 연예인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예인 공연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예인 공연에 반대하는 의견 역시 팽팽하다. 반대 의견 45% 중 22.8%가 ‘대학축제의 주체는 학생’이라는 입장에 서고있다. 이에 대해 이나현(동덕여대 1)씨는 “대학축제는 말 그대로 대학의 축제인 만큼 주체는 학생이다. 그런데 요즘의 대학축제는 학생들의 축제가 아니라 연예인들의 콘서트 장 같다. ‘대학축제’하면 ‘연예인’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이제는 연예인이 필요악적인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_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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