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썩은 시체가 살아나 돌아다니며 인간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좀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좀비는 그 모습만 봐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그 난폭한 성향까지 알면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호러 캐릭터다. 죽은 영혼을 가리키는 다른 귀신들과 달리, 좀비는 죽은 육체의 소생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좀비는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일까?

좀비의 기원, 부두교
 우리가 영화에서 본 좀비와 그 근원인 부두교의 좀비는 차이가 있다. 흔히 아는 좀비는 해괴한 외형으로 인간들을 해치며 바이러스를 퍼트린다. 그러나 부두교의 좀비는 주술에 걸려 자의식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좀비라는 이름은 신을 뜻하는 콩고 단어인 은잠비(Nzambi)에서 유래했고, 그 존재는 부두교라는 종교에서 생겨났다. 부두교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민속종교에 사상적 바탕을 두고 있으며,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등지에서 널리 믿어지고 있는 종교다. 부두교 세계에서 좀비는 부두교의 사제 보커(bokor)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보커는 약물을 이용해 멀쩡한 사람을 잠정적 가사 상태로 만든다. 이 사람이 가사상태에서 깨어나면 지성을 잃은 좀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커에게 영혼을 붙잡혀 좀비가 되면 보커의 명령에 복종하게 된다.
 하버드 대학의 인류학 교수인 웨이드 데이비스는 아이티에서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좀비화 과정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좀비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과 강력한 환각제인 다투라를 바탕으로 문화적, 종교적 힘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웨이드 데이비스 교수는 보커가 좀비파우더를 이용해 한 성인 남자를 2년간 가사상태로 만든 것을 목격했다. 좀비파우더는 복어로부터 채취한 테트로도톡신이 주성분이다. 이 좀비파우더를 환부로 침투시키면 테트로도톡신과 다투라의 성분으로 가사상태가 된다. 가사상태가 되면 산소결핍에 의해 전두엽에 손상이 생겨, 깨어나면 기억과 생각을 잃게 된다. 이처럼 부두교의 좀비는 가사상태에서 깨어나 자의식을 잃은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좀비파우더가 사람을 가사상태로 만든다는 데이비스 교수의 주장은 의학적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좀비파우더를 단순히 환부에 바르는 것만으로 가사상태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화학반응보다 문화적인 요소와 종교적 믿음이 더 크게 지배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입장이다.
 아이티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좀비들이 노동자로 팔려나가는 범죄가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 서아프리카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형벌로 좀비파우더를 사용해 죄인을 좀비로 부린다. 그렇다면 부두교의 좀비는 인권 유린을 당한 약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사회적 죽음을 당한 외로운 ‘좀비’는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중문화 속 좀비 
 좀비는 여러 호러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대표적인 초기 좀비영화는 조지 A.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드라큘라를 잇는 새로운 공포물인 좀비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대중문화 속에 좀비는 대표적인 공포캐릭터로 자리매김해 지금도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영화 속의 좀비들은 인간을 해치는 괴물로 묘사된다. 그들은 시체의 모습으로 무리지어 사람들을 해치고 다닌다. 좀비 바이러스는 혈액으로 전염이 되고 좀비들은 무차별적 공격으로 빠르게 전염시킨다. 좀비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뇌를 파괴시키는 것이다. 좀비의 원인은 주로 화학약품이나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등의 설정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대중문화 속의 좀비는 실제 부두교에서 말하는 좀비와는 차이가 있다. 부두교의 좀비는 의식을 빼앗겨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존재인 반면 호러 영화 속 좀비는 인간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대중문화와 철학’을 강의하는 이순웅 교수는 “영화에서 좀비가 악의 존재로 나타나는 이유는 먼저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좀비는 그런 인간을 죽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죽지 않고 오래산다면 인구포화상태가 되고, 인류 파멸을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죽지않는 것은 자손들의 삶을 파괴시키는 행위로, 불사는 곧 죄악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좀비는 완전히 죽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악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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