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캠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럽고 상쾌하다. 신록이 우거져서도 그렇지만 젊은 청춘들의 싱싱한 목소리가 계절과 함께 활기차게 캠퍼스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들어 진달래와 라일락향기가 소요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더니, 5월에는 스승의 날이라고 어여쁜 제자들이 꽃 되어 찾아온다. 제자가 향기가 되고 스승이 향기가 되어 캠퍼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5월이다. 그래서 그런지 5월에 많은 대학들이 축제를 연다. 우리대학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요란함 속에서도 저마다 주제를 가진 이야기들이 축제의 마당에 올려져 한 판 신나게 울려 퍼졌다. 노래하고 춤추고 음료 한 잔 기울이며 재잘대던 친구들, 그동안 억눌러왔던 기분이 있었다면 속 시원히 털어버리는 축제의 장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5월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축제의 달이다. 바로 64년 전 5월, 사상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 날은 우리가 우리의 정부를 세우는 기초를 놓은 날이다. 무바라크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역사적인 민주적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는 지금의 이집트가 아무리 축제분위기라 한들 그 감격이 어찌 우리만 하겠는가. 만21세에 달하는 국민 95.5%가 저마다의 생각으로 우리의 대표를 뽑고, 36년간 잃었던 주인의 자리를 되찾는 날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북한지역의 국민은 이 날을 함께 축하할 수 없었으니 그것은 두고두고 애통한 일로 남아 있다. 그리곤 이 5월로 64년이 흘러갔다. 그런데 당시 우리는 국회의원 300명 중에 200명만 뽑고 100석은 북한지역을 위해 남겨 두었다. 그만큼 분단을 가슴 아파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우리의 국회의석이 300인으로 채워지고 말았다. 마지막 한 자리는 그들을 생각하는 이를 위한 배려였다면 이를 어쩌나.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