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이 왔다. 교육을 마치고 처음 실전에 들어가는 날! 과연 AA?를 극복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도 잠시, 픽업 아티스트님들의 오픈?을 지켜보니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오늘은 얻은 번호들이 많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점점 희망이 보인다!’ 윗글은 픽업 아티스트의 강의를 수강한 사람의 후기를 각색한 것이다. 픽업 아티스트란 여자를 유혹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일부 픽업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연애 기술을 체계화해 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영리 목적의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때문에 픽업 아티스트는 연애 기술을 가르쳐주는 강사라는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픽업 아티스트의 세계에서는 그들만의 용어와 규칙까지 존재한다. 최근에는 여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픽업 아티스트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단계별로 다양한 강좌 제공,
대학생들도 많이 찾아


픽업 아티스트의 용어 중에는 #-close, K-close, F-close라는 것이 있다. 이는 각각 여성의 전화번호를 얻는 것, 여성과 키스를 하는 것, 섹스를 하는 것을 뜻한다. 픽업 아티스트의 강의를 수강한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위의 세 단계 중 어디까지 성공했는가를 후기로 남긴다. 픽업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빨리, 많이 F-close를 성공하느냐가 실력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많은 인터넷 카페에서 픽업 아티스트들이 여성에게 접근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증하고 있다.

픽업 아티스트들은 연애 초보자들이 특정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의를 제공한다. 강의 과목은 크게 단과와 종합 과목으로 나뉜다. 단과 과목에는 길거리 헌팅 수업, 비언어적 표현 수업, 문자 및 전화 훈련 등이 있으며 비교적 단기간에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종합 과목은 한, 두 달 동안 픽업 아티스트들과 거의 함께 지내면서 직접 기술을 배우는 과목이다. 픽업 아티스트 에르메스 J(가명)씨는 “픽업 아티스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접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강좌를 선택하고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강좌를 듣는 사람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가장 싼 단과 과목의 강의는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이지만 종합 강의나 프리미엄 강의는 300~600만원 선까지 이르러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 대학생 수강생들도 적지 않다. 에르메스 J 씨는 “주 고객이 직장인이기는 하지만 대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말 거는 법, 여자친구 만드는 법 등 관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파트별로 나눠 담당 트레이너들이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성과의 관계,
내용보다는 행위에 초점 맞춰져


픽업 아티스트 문화에서 사람들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것을 일종의 성취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픽업 아티스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 F-close에 성공한 사람들은 인증샷을 남기고 다른 수강생들도 이를 부러워하는 내용의 댓글을 올린다. 이에 대해 조아라(고려대 3)씨는 “픽업 아티스트들의 문화가 여성을 유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픽업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여성과의 성관계만을 목표로 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한 때 픽업 아티스트였던 연애 컨설팅 회사 러브캠퍼스의 민동범 대표는 “픽업 아티스트처럼 하룻밤 관계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연애, 행복한 결혼을 도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연애 컨설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우리대학 <성과 사랑> 강의를 맡고 있는 나성은 교수는 “이성으로부터 거부당한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있는 남성들에게 픽업 아티스트들이 제시하는 성공사례들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상품을 소비하는 대다수 남성들이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며 “또한 메뉴얼대로 하면 나도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음으로써 교육비를 기꺼이 지불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성은 교수는 픽업 아티스트 문화가 여성을 성관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 나성은 교수는 “여성과의 성관계를 성공담처럼 자랑하는 픽업 아티스트의 문화는 학교, 군대와 같은 남성들만의 공간에서 여성과의 성경험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시절 이뤄졌던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동일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여성과의 관계를 ‘행위’ 자체에 집중시키는 것은 여성과 만들어내는 관계의 ‘내용’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애, 고민의 본질은 외로움

픽업 아티스트 문화가 가진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픽업 아티스트 문화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고민은 인간에게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특별한 비법은 없기 때문이다. 학생상담센터 박경옥 상담원은 “연애와 사랑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외로움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왜 자신이 외로운지, 쓸쓸한 감정을 느끼는지 깊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A는 Approach Anxiety의 약자로 여자에게 접근하는 것에 공포를 느낄 정도로 어려워하는 것을 뜻한다.
*오픈은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을 뜻하며 오프너는 여성에게 거는 첫 마디를 말한다.

글·사진_ 문광호 기자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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