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책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법과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에도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이성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자들은 다양한 학문을 통해 남녀 간의 차이를 분석하려고 노력해왔다. 그 중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우리가 이성의 서로 다른 육체에 끌리는 이유를 살펴보자.

진화심리학과 성선택, 양육 투자

진화심리학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진화론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석기시대까지 수백만년 동안 이뤄진 진화를 통해 인간 행동의 근본을 찾았다. 그 결과 석기시대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는 인간의 유전자가 진화하기에는 너무 짧아 인간의 본성에는 아직 석기시대의 생활양식이 남아있다고 밝혀냈다. 따라서 진화심리학자들은 석기시대부터 체화된 생활양식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면 갖고 있는 본성을 형성하는 근간이라고 본다. 이들은 이 근간의 한 원인을 성선택과 양육투자에서 찾고 있다.
다윈은 자연선택을 통해 생존에 유리한 성질을 지닌 개체가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많은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의 성질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은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공작 수컷의 꼬리는 그 화려함을 통해 암컷의 눈을 사로잡지만, 포식자에게는 눈에 잘 보이는 먹잇감이라는 표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로 더 화려한 꼬리를 지닌 수컷이 번식에 성공하기 때문에,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이 현상을 해석할 수 없다. 다윈은 이를 ‘성선택’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성을 통해 번식하는 생물의 경우, 생존에 도움이 되는 성질 이외에도 짝을 유혹할 수 있는 성질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성질의 예로는 조류의 꼬리, 포유류의 털, 열대어의 밝은 색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징을 통해 이 개체가 건강함을 지녔다고 알리고, 짝으로 선택될 확률을 높이게 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하고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양육 투자’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새끼를 낳고 기르는 데 투입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양육 투자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수컷보다 암컷의 양육 투자가 크다. 그 결과 암컷은 신중하게 수컷을 선택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여성의 양육 투자가 더 크긴 하지만, 남성도 적지 않다. 자식을 보호하고, 음식을 비롯한 자원을 가져오는 데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 모두 짝을 고르는 데 신중해진다.

여성, 남성의 자원 확보 능력을 보다

여성은 자식을 낳고 잘 키울 수 있도록 원활하게 자원을 가져다 줄 남성을 원한다. 이런 남성을 찾아내기 위해 여성은 남성의 신체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그 중에는 남성의 얼굴 모양이 있다. 여성이 선호하는 얼굴로 턱이 발달하고 선이 굵은 남성다운 얼굴이 있는데, 남자다운 얼굴은 성공의 특징과 관련돼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자는 더 높은 성취욕을 지니고 적극성을 갖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할 확률이 크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남자다운 얼굴을 선호하지는 않는데, 이것은 여성이 선택할 때 좋은 짝과 좋은 아버지 사이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성적인 얼굴의 남자일수록 더 다정하고 상냥한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신체적 특징은 신장이다. 큰 키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수한 유전자를 지녔다고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미국에서 30년동안의 평균수입을 분석한 결과, 키가 큰 남자의 수입이 키가 작은 남자보다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깨, 이두근, 복근 등으로 대표되는 상체근육도 중요한 지표다. 상체 근육이 발달한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짙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체가 발달해야 하지만 지방이 많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몸은 날렵하지 못하고 덜 활동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진화의 결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덩치 큰 동물을 사냥하거나 다른 남성과 싸우는 경우, 강한 상체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이 보다 많은 자원을 가져다 줄 남성을 고르는 기준으로 근육을 선택하게 된다.

▲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남성, 여성의 출산 능력을 보다

남성이 여성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건강한 자식을 낳을 수 있는가이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여성신체의 몇몇 부분을 관찰한다. 먼저 남성이 젊어 보이는 여성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더 높은 생식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려 보이는 얼굴이 남성에게 돌봐주고 싶은 반응을 나타나게 하는 지표로써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얼굴이 공작이나 제비의 꼬리처럼 이성에게 매력을 표현하는 하나의 표지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성적인 매력의 신호로 작용하는 여성의 다른 신체 부위로 가슴이 있다. 일부 문화권에서 가슴 크기가 성적인 매력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건강한 아이를 갖는 것과 모유 수유 등 생식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가슴 크기와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는지의 여부를 연관시킬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남성이 여성의 가슴을 생식 나이에 관한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주장이 있다. 가슴이 발달하는 시기가 임신이 가능한 나이에 들어설 때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이상적인 몸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모래시계 몸매다. 잘록한 허리로 대표되는 모델들의 몸매를 보면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여성의 몸매를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몸매가 달라지는 것은 사춘기에 나타나는 호르몬 때문인데,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여성은 복부의 지방축적은 억제되고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지방이 과다축적된다. 따라서 남성은 허리둘레보다 엉덩이둘레가 클수록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작용했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비율보다 몸무게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체중은 건강하지 못하고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하지만 이런 기준만으로 이성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김태현 기자 ge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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