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수석연구원)

우리사회의 청렴수준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다. 국제투명성 기구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부패수준을 측정하는 청렴도 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10점 만점 중 5.4점으로 183개 중 43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OECD국가의 청렴도 평균점수가 7점대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청렴도 수준이 낮다고 해서 특별히 우리가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부패한 국가로 창피(name shaming)를 당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해 국가의 경쟁력이 저해될 소지가 높아진다. 따라서 청렴이 국가경쟁력의 핵심가치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공직사회에서 청렴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국제협약인 UN반부패협약에서 부패를 막기 위한 사전 예방적 기능으로 청렴교육을 강조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공직사회에서 청렴교육 강화를 위해 무역 및 통상과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외국으로 파견될 때 반드시 청렴교육을 이수해야만 하는 청렴교육의무 이수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청렴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공직사회에서 청렴피로도가 누적되어 청렴교육이 다소 실적 채우기의 형식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청렴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사람을 제외하고 대다수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와 청렴은 별개이며 청렴보다는 업무성과를 우선시하여 청렴이라는 가치가 업무처리과정에 체화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청렴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정직, 신뢰, 배려라는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기보다 옆에 있는 친구나 동료를 이겨야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지나친 경쟁위주의 교육시스템 속에 놓여, 청렴이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스며들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투명하고 청정한 국가라 할 수 있는 핀란드는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의 소꿉놀이와 같이 각자의 역할을 주되 상호협력을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학습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신뢰하고, 정직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습득해 청렴문화가 쉽게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세계 여러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치지 않고 대등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했던 경쟁위주의 교육시스템이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인간소외가 극대화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어릴 때부터 타인을 신뢰하고 배려하는 교육시스템의 재정비가 청렴한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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