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2학기에 학사경고를 받았다. 부모님은 노발대발하셨고, 나의 ‘취업 레벨’은 곤두박질 쳤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누가 내게 성적을 물어본 적은 없지만, 괜히 남들이 학점 이야기를 하면 스스로 위축되고 부끄러웠다. 주변에서는 마치 내 삶을 보고 ‘F학점’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비교해볼수록 나만 ‘찌질이’라고 생각됐다.
 이렇게 열등감에 빠져있던 나는 재미있는 문구 하나로 위로를 받게 됐다. 지난 4일 신문사에서 부스를 설치해 ‘꿈이 있는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누군가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문구를 패러디해 ‘에프(F)니까 청춘이다’라고 쓴 것이다. 그게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모든 청춘에겐 각자 ‘F학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만 찌질이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나에게 큰 힘을 줬다. 누구든 완벽할 순 없는 거니까.
 이를테면 나는 학과 성적이 F학점이다. 반면 학과 성적은 A+이지만 모태솔로인 동기는 연애가 F학점이다. 토익은 만점이지만 음주가무를 즐기며 외박을 일삼는 내 친구는 효도에서 F학점이다. 내가 비록 학사경고를 받았지만, 나에게도 썩 괜찮은 성적들이 있다. 학생기자를 하면서 학교의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연애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나도 사랑받는 그런 행복도 누리고 있다. 또한 돈을 직접 벌면서 경제관념도 길렀다. 이렇듯 각자 삶 속에는 ‘F학점’도 있고, ‘A학점’도 있다. 자신의 ‘F학점’만 바라보고 실망하지 말자. 우리에겐 재수강이 있지 않은가!
 지난달 23일 신문사에서 주최한 TED 강연에서 윤영석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젊을수록 성공하기 쉬워요. 대학생들은 배우고자 하면 어딜 가도 잘 가르쳐주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여태 안 배우고 뭐했냐는 질타를 받을 수 있어요” 대학생들에겐 부족하면 얼마든 채울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부족한 것들 자체가 잘못이라기보다 이를 채우지 않는 자세가 더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에프(F)니까 청춘이다. 내 안의 더 많은 F학점을 발견하고, 이를 A학점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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