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청년유니온
한국사회 문제점, 답은 치유에 있어

 ▲ 작년 2월 8일 ‘30분 배달제 및 유사지침’ 폐지 요구 공개서한 전달 기자회견이 도미노피자 본사 앞에서 진행됐다.

작년 2월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A(18)군이 버스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A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30분 배달제 등 빠른 배달을 강요하는 업주의 태도가 배달업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판 여론과 함께 30분 배달제 폐지에 앞장선 단체가 바로 ‘청년유니온’이다. 청년유니온은 ‘빠른 피자보다 안전한 피자’라는 홍보 문구 아래 30분 배달제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 키워드를 설정하면 관련 글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해시태그(hash tag) 기능을 이용한 최초의 SNS 시위를 벌였다. 노력 끝에 청년유니온은 20년간 시행된 30분 배달제를 폐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급여 지급 실태 조사를 통해 주휴수당 미지급금이 200억 원에 달하는 사실을 밝힌 것도 청년유니온이다.

청년유니온은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세대별 노조를 표방하고 있다. 만 15~39세로 구성된 630명의 조합원과 자금을 후원하는 300명의 후원회원으로 구성된 청년유니온은 청년고용악화, 청년직장 질 저하, 가혹한 스펙 경쟁 등의 청년 취업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주거비용, 식비, 문화, 정치 등 전반적인 청년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점을 두는 사업으로는 청년들이 노동현장에서 불합리한 일을 겪을 때 그들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청년노동상담과 청년구직활동, 최저임금제도 개선 및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 사업,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의 또 다른 활동으로는 반값 등록금 운동이 있다. 2012년 기준 남자 대학생 평균 재학기간은 9년 3개월, 졸업자 평균 부채는 1,280만 원이다. 청년유니온은 대학생들이 장기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학등록금이 청년 노동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청년유니온은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 우리대학을 시작으로 모든 대학에서 노동법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안태호 노동상담팀장은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을 통해 얻은 승리감과 경험을 다른 청년들과 나눠줬으면 좋겠다”며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의 노조 설립신고 반대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사회적 약자인 청년 노동자와 구직자의 노동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조 설립 신고를 했다. 그러나 노조 설립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측은 단체구성원 대부분이 ‘청년 백수’이고 교섭 대상이 불분명해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우리 단체는 청년 백수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지, 청년 백수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이 아니다. 또한 행정법원이 청년유니온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법내조합으로 인정받기 위해 서울시를 필두로 지자체별 노조 허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청년유니온은 서울시청의 허가를 받은 정식노동조합으로서 박원순 시장과의 교섭 테이블에 올랐다. 이들은 서울시청이 정부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서 권고하는 수치만큼 청년을 고용하지 않는 실태를 지적했다. 또한 소모적 경쟁을 부추기는 표준이력서의 스펙 항목 삭제, 높은 구직비용 절감 및 4대보험 보장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청년유니온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경제활동의 주체가 돼야 할 청년세대가 단순 노동자로 내몰리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태호 팀장은 “한국사회는 청년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강요한다. 연속된 경쟁 속에 승리자가 없어 모두 좌절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유발하는 원인은 부의 순환 고리가 끊긴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해결책으로 청년유니온은 청년고용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뿐만 아니라 ‘치유’를 제시하고 있다. 안태호 팀장은 “아름답고 빛나야 할 청춘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파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다. ‘아프면 소리질러라’가 우리의 모토다”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를 위해 캠프, 소모임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레알 청춘』이라는 책을 펴냈다. 안태호 팀장은 “텔레비전 속 아름다운 모습과는 달리 경쟁사회 속에서 취업과 성과를 강요받는 것이 청년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일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아픔을 혼자 느끼고 있다”며 “현실 그대로의 청춘을 책에 담아내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안태호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
다가오는 대선을 맞아 청년유니온은 대선 후보와의 정책 연대를 구상 중에 있다. 이미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팀을 조직했다. 특히 소외된 노동이라 불리는 특수 고용직, IT 기술노동자, 미용사 등의 이익 대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안태호 팀장은 “박원순 시장과의 사회적 교섭 등을 통해 청년유니온의 활동이 다른 지역 유니온과 다른 시민단체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_ 박지혜 수습기자 bc020132@uos.ac.kr
 사진_ 청년유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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