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대표주자의 실체는 19금 동화
19세기 ‘아동’의 개념변화와 함께 수정된 것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었음직한 동화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왕비의 말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백설공주는 19세기 그림형제의 『그림동화』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백설공주는 영화나 연극으로 재탄생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봄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 Mirror Mirror’는 조용하고 연약한 백설공주의 순백의 이미지를 뒤집었다. 일곱 난쟁이에게 무술을 배운 공주는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도적이 되는 여장부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준다. 마법에 걸린 왕자가 공주의 키스로 정신이 돌아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는 어린이 도서지만 어른에게도 인기가 있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른, 아이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는 아주 잔혹하기 그지 없다. 그럼 이제부터 그림형제의 초기작 『그림동화집』 속 백설공주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자.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백설공주’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에서는 공주가 어머니를 여의고 새엄마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계모로 알려진 왕비는 사실 공주의 친엄마다. 왕비는 왕에게 시집을 온 뒤 10년간 아이가 없었다. 그렇게 태어난 백설공주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커가면서 왕비를 닮은 미모를 갖췄다. 왕비에게 공주는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왕비는 결국 친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사냥꾼을 불러 공주를 죽일 것을 명령한다.
친엄마가 딸을 죽이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백설공주에 대한 시기심 때문이었다. 그림동화집에 수록된 백설공주에는 왕비가 초조한 마음으로 열쇠 구멍을 통해 딸과 남편의 성관계를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왕은 해가 거듭되면서 주름이 늘어가고 피부의 탄력을 잃어가는 왕비에게서 눈을 돌린다. 그 시선은 자신의 딸인 백설공주에게로 향해 있다. 백옥 같은 피부, 도톰한 장밋빛 입술, 군살이 전혀 없는 날씬한 몸매를 가진 백설공주가 왕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남편의 불륜 상대가 친딸이라는 배신감과 자신에게 빠진 왕을 좌지우지하는 철없는 공주의 행동이 왕비에게 자신이 낳은 자식을 죽이겠다는 끔찍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죽이려 했지만 마음이 약해진 사냥꾼에게서 도망친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의 집을 찾아 그들과 생활하게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진실이 등장한다.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에게 성관계를 강요 받았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독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를 살린 왕자는 사실 시체 애호가였다는 것이다. 왕자가 숲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공주는 죽은 듯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은 시체 애호가인 왕자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왕자는 성적 불능자였기 때문에 그의 애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죽은 사람만 그의 성욕을 자극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백설공주의 진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와 다른 원작 백설공주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비설화로부터 탄생한 동화
 

백설공주는 19세기 독일 그림형제의 손에서 탄생된 책 『그림동화집』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설공주를 탄생시킨 건 그림형제가 아닌 길가의 농민들이었다. 고전소설 전공 중인 윤정안(국문학과 대학원생) 씨는 “농민과 일용노동자들은 성적이며 폭력적이고 원초적인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며 고된 일을 견뎌내곤 했다. 그림형제는 이들의 구비설화를 수집했고 백설공주, 핸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라푼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그림형제가 구비설화를 수집해 엮으려한 이유는 민족통일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림동화가 발간되기 6년 전, 1806년에 독일 전체가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림형제는 독일이 나폴레옹에 의해 점령당한 것은 군소국으로 분열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림형제는 독일 민족을 통일시키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의 통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독일의 언어·문화를 담고 있는 가장 민족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독일 민중들의 삶이 반영돼 있으면서 널리 구전되고 있었던 설화들이었다.
그러나 성교 장면과 성적인 묘사가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던 그림동화집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어머니가 어린 자식들에게 태연하게 읽어줄 수 있겠냐”며 일부 동료 작가들과 비평가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 또한 19세기에 아동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사조가 등장함에 따라 어린이가 읽어도 무방한 동화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림형제에 의해 그림동화는 초판년인 1806년 이후로 1857년 7판 인쇄를 거치면서 총 7차례 수정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내용은 7판과 가장 가깝다. 7판에는 근친상간이나 어린 여자아이의 임신 같은 성과 관련된 선정적인 표현이 전부 삭제됐다.
현대에 널리 알려진 백설공주 이야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린이용 독서물로 정착하게 됐다. 이렇게 수정이 가해진 작품은 비단 백설공주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신데렐라에는 유리구두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발가락과 뒤꿈치를 자르는 섬뜩한 내용이 담겨져 있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100년 동안 잠을 잔 이유는 왕비가 왕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에 대한 죄의 대가로 그려지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동화의 또 다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글_ 이설화 수습기자 lsha22c@uos.ac.kr
그림_ 김다솜 kki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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