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연애를 꼭 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어요? 봉사활동도 해보고, 전국 일주 여행도 좋고, 해볼 일이 수 없이 많잖아요. 왜 사람을 사귀기보다 먼저 연애할 생각만 할까요? 연애보다는 먼저 사람을 사귀어야죠. ‘연애 한번 못 해봤으니 나는 무조건 연애를 할 거야’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먹는다면 목적의식만 앞선 겁니다.” - 법륜의 『방황해도 괜찮아』 중에서 -

 남중 남고 출신이었던 나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여학생을 보지 못한 내게 연애는 반드시 정복해야만 하는 미지의 대륙처럼 느껴졌다. 마치 대학에 가야 할 것 같아서 공부했던 것처럼, 대학생이라면 연애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미팅도 서너번, 소개팅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나는 실패한 원인을 찾기에 급급했고 결국 애꿎은 나 자신을 탓했다. 나의 비관은 나를 점점 외롭게 만들었고 방황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를 고민하던 그 순간, 나는 이 책을 읽게 됐다. 글을 읽어가며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을 사귀려고 한 게 아니라, 연애를 하려고 한 것임을 말이다. 2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나는 ‘연애를 해야겠다’는 나의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여자를 연애대상이 아닌 친구로,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마음먹은 뒤로는 여자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연애를 하기 위해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보려던 나의 옛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나가게 된 친목모임에서 나는 한 친구를 알게 됐다.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나는 그 친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궁금증을 풀어가듯 자연스레 그 친구와 가까워지게 됐고 결국 우린 연인이 됐다. 연애를 하게 되자 나는 연애를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던 나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 ‘사람을 먼저 사귀어라’라고 말하셨던 법륜 스님의 말씀이 온몸으로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요즘도 가끔은 법륜 스님의 책을 꺼내 한 번씩 읽어본다. 그의 말을 새기며 다시금 내 안의 욕심을 퍼내고 또 퍼낸다.

박종혁 기자 jongh180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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