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내게 군대는 다녀왔느냐고 묻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사실 그대로 아직 다녀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언제나 상대방은 ‘아직도 다녀오지 않았느냐’라는 반응을 보인다. 내 나이 스물 셋, 보통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왔거나, 복무 중에 있을 나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그건 내 주위 여러 친구들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늦은’ 핑계를 대자면 대학 입시를 두 번 더 겪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다시 한 번 대입을 준비하고 있을 때, 고등학교 때까지 나와 함께 했던 친구들은 그토록 되고 싶어 하던 대학생이 됐고, 내가 세 번째 대입을 준비하려고 할 때 즈음엔 친구들은 거의가 군대에 가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긴 입시를 마치고 현재 우리대학에 진학하게 됐고 현재 만족스런 삶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상하게도 남들이 입 모아 말하는 것처럼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공부 걱정 없이 말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고있는 것 같다. 이는 오래전부터 대학에 들어오면 책으로 배우는 공부보다는 다른 경험들을 통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누군가는 단지 ‘노는 것에 대한 핑계’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내 주위의 친구들보다 내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아야 함에도 철없이 노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 아직 무엇인가에 몰두해 공부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학기 중에 어디선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다. 이 문장을 쓴 사람은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아직 무엇 하나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앞으로 내딛는 것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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