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서열 등 학벌주의 사회 고질적 문제돼

 

 
경기도 평촌의 한 입시학원, 재수생 서지영(20)씨는 배치표와 자신의 모의고사 점수를 비교해보며 앞으로의 학습계획을 세우는 데 여념이 없다. 그는 지난해 서울권 대학에 합격해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더 좋다는 명문대에 가기 위해 대학교 대신‘재수학원’을 선택했다.여름방학이 시작하면서 학원에 등록했다는 이주영(23)씨는 현재 서울상위권 대학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선지금보다 좋은 학벌을 가져야겠다는판단에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주영 씨는“더 좋은 환경의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학벌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금 재학중인 대학을 계속 다니는 것보다 더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벌, 사실상 취업에 큰 비중 차지

  취업포털‘잡코리아’에서 지난해미취업자 1,299명을 대상으로 취업실패 원인을 조사한 결과 출신학교때문이라는 이유가 29.0%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영어실력이 21.5%를, 업무경험이 14.5%를 차지했다.취업상황에서 학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취업준비생인 A씨는“요즘 스펙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학벌 이후의 문제이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비율만 봐도 SKY출신들이 더 많다”며 취업에서 학벌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말했다. 한편 한 기업의 인사과 관계자는“채용을 위해 몇 천 개가 넘는 입
사지원서를 정해진 기간 내에 모두꼼꼼히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효율적으로 지원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있는 기준으로 빠르게 걸러내야 한다. 이때 대학의인지도와 평판은 지원자를 선별하는데 신뢰성을 지닌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대학서열화

  우리나라는 대학을 획일적으로 줄세우는데 익숙하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독특한 대학서열구조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인식이굳어져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34) 연구원은“학생들이 1등부터 차례로 성적이 매겨지듯, 우리나라는 서울대를 시작으로 고착화된 대학서열에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고등학교 시절에 입시를 통해서 어느대학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이후에도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대학입시’에 많은 사회적 낭비를 겪고 있다. 그는 이어서“대학이라고 하는 것이 물론 순위가 매겨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순위를 어떤 전공은 이 대학, 그 전공은 어느 대학이 알아준다는 식의 순위가 아닌 것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순위 위해 취업률 왜곡까지

  한편 대학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쓰는 낭비되는 비용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수연 연구원은“국제화지표 같은 것들이 중요해지면서 대학들은 외국인 교수 초빙과 외국어 강의개설에 돈을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학교가 얼마나국제화됐는지를 외국인 교수가 몇 명이고 영어 강의를 얼마나 개설했는지로 평가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는 공간이 아닌 취업준비생 양성소로 전락해버린 것에도 대학서열화가 한몫했다. 대학의 평가기준 중‘취업률’이라는지표가 강화되면서 대학이 취업률을 왜곡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됐다. 이러한 평가기준들이 교육기관으로서의 내실을 갖추고 학문을 육성해야하는 대학을 본연의 위치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질적 문제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

  대학서열화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이에 대해 마땅한 해결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얼마전 통합민주당에서‘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긴 했다. 하지만 사립대에 대한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국립대 체제 개편방안 정도일 뿐 국립대의 역할 강화와 서울대에 집중돼있는 문제를 분산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는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수연 연구원은“학벌주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했을 때 미흡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취지자체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며“이전까지는 학벌주의가 다들 병폐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것을 해결할 계기를 찾지못했는데,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가 우리사회 학벌문제를 정책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의 물꼬를 트게 했다는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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