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영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여주인공은 출산과 육아문제로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품앗이를 제안한다.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이 필요에 따라 업무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고,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 때 서로 돕자는 것이 품앗이의 내용이다. 여주인공은 자기를 포함한 여성들이 경단녀, 즉 출산과 육아 때문에 자신의 경력을 단절하는 여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여자들끼리 의지를 다진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임신을 꺼리거나 출산과 양육문제로 퇴직하는 여성을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와 먼 얘기라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5살 터울의 언니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출산과 육아의 문제가 남의 일만이 아니게 됐다. 언니는 첫째 아이만큼은 자기 손으로 키우고 싶지만 육아휴직을 내면 회사복귀가 어려워질 것을 알기에 일과 육아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이제야 한숨 돌릴 틈이 생겼던 어머니도 딸이 육아 대신 일을 선택하게 되면 또다시 육아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것을 알기에 마냥 기뻐하지는 못하신다. 새 생명을 잉태했다는 행복감에 젖어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모자른 지금, 우리 가족들은 출산과 양육의 고민으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출산·양육문제는 우리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항상 제기돼 왔던 고질적인 문제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11년 맞벌이가구 및 경력단절여성 통계 집계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 중 28.7%가 육아문제를, 20.0%가 출산문제를 퇴직사유로 꼽았다. 이 통계 결과는 출산·육아부담이 여성에게 부과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육아가 여성에게만 과중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정치계 또한 무상보육, 남편 유급 출산휴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출산·육아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좋은 제도의 도입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좋은 제도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가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권장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여성들은 회사의 눈치가 보여서, 자신 때문에 업무적 부담감을 받는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서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고심 끝에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낸다 해도 그 제도를 적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출산휴가를 내는 동료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기업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에게 환영인사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고 여성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오새롬 기자  |  dhdh695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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