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사업 사익이나 스펙에 사용돼
창업, 수단 아닌 목적이 돼야 해


청년실업률이 높아지자 청년들이 취업에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청년창업의 열기가 뜨거워지자 최근 정부에서는 청년창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그들이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위해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청년창업센터에선 지식·기술·판매 등의 분야에서 1,200여 개의 기업을 선정해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예비창업자육성사업’과 ‘창업맞춤형사업화지원사업’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주최하는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정부에서 지급된 사업지원금을 창업과 관계없이 쓰거나 대기업에서 원하는 스펙으로 활용하기 위해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창업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고 있다.

목적이 전도된 청년창업지원사업
일부 청년들이 창업 육성을 위한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작년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한 ‘예비창업자육성사업’에 모 대학교 창업동아리가 선정돼 5천만 원 상당의 지원 자금을 받았다. 이 사업은 창업의 각 단계마다 분야를 정해서 해당 분야에 할당된 자금을 써야하고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구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 창업동아리는 지원금 감사의 맹점을 이용했다. 물건을 살 때 영수증과 증빙서류들을 받아 조사관에게는 이 자료들을 주고 물건은 다시 환불 해서 자금을 횡령한 것이다. 실제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서류상 근로자로 작성해 중소기업청에서 따로 인건비도 지원받았다.

사업 목적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참가자들도 있다. 정부는 청년창업을 지원한다는 목적 아래 공적 자금을 투입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하지만 몇몇 참가자가 스펙을 위한 수단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창업에는 관심도 없던 이들이 기업에서 창업경험을 높이 사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업을 하려는 것이다. 화장품관련 창업을 한 청년창업가 A씨는 “창업이 학생들의 이력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창업을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시작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창업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데 창업이 결과가 아니라 취업의 과정으로 전락한다면 책임감이 결여될 수 있다”라며 “창업을 맛보기로 경험해보려는 태도는 책임감이 전혀 수반되지 않으므로 생각하는 성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리대학 창업보육센터 김혜정 전문매니저는 “현재 정부에서 청년창업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10명 중 1~2명은 창업에 별 뜻 없이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 창업을 위해 프로그램에 지원한 사람은 사비를 투자하면서까지 프로그램에 모든 것을 쏟지만 예상치 못하게 선정되거나 애초에 다른 목적을 위해 지원한 사람은 자금을 어떻게 돌려쓸지만 생각한다”라며 잘못된 생각을 가진 지원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창업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필요해

창업은 대학생 혼자서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정부나 대학이 교육이나 창업기회를 제공한다면 창업의 실현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연세대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건물 한 개 동을 창업동아리를 위해 내주기도 했다. 김혜정 매니저는 “정부가 창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서 창업의 목표를 개인의 이익이나 스펙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자체를 목표로 삼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은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에는 기술, 행정 등을 통솔하는 대표가 존재한다. 김혜정 매니저는 “창업을 통해 만든 초기 기업도 일반 기업과 같이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기업의 진로를 한명의 대표가 명확히 정해주지 않으면 초기 기업은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창업을 처음 하는 학생들은 장기적인 목표를 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때 대표가 그들을 통솔해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창업에 자본이 크게 드는 것만은 아니다. 청년창업가 A씨는 소자본으로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노트북 두 대로 화장품 관련 창업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10명 정도 같이 일하고 있다. 초기 자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은 창업을 시작하는 데 돈이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창업에 책임감을 가지고 도전해 본다면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업의 지혜를 구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멘토는 정신적으로 창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_ 박길성 수습기자  |  gilseong223@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