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이 도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의 저자이자 국민대학교 건축학부에 재직 중인 이경훈 교수(50)다. 그는 “서울이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행하다”며 서울이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을 도시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이 도시가 아닌 이유는 무엇이며, 서울이 진정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이경훈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걷기 좋은 도시, 걸으면서 느끼는 도시

서울은 도시가 아니라고 하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도시는 사람을 배려하도록 디자인돼 있어야해요. 그런데 현재 서울의 모습은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서울은 현재 보행자보다 자동차를 배려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급격한 산업화로 서울 안에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600년간 이어온 서울의 문화 속에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흡수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 서울시에서 걷기와 자전거타기의 중요성을 지각하면서 올레길, 자전거길 등을 만드는데, 그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걷기와 자전거타기가 이뤄지게 해야 해요.

자동차 중심의 생활패턴을 보면서 서울이 미국의 L.A.를 모방하고 있지 않나 생각돼요. 그렇지만 L.A.는 도시가 아닙니다. 커다란 시골이에요. 미국의 교외지역은 지역 특성 상 자동차로 이동해야 돼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도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인거죠. 따라서 서울이 진정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람을 위한 도시가 돼야 하고, 구체적으로 걷기 편한 도시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왜냐하면 도시는 걸어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동차 외에 도시에 맞지 않는 것들 중에는 또 무엇이 있나요?
쇼핑몰, 방음벽, 아파트 등이 있지요. 쇼핑몰은 거리가 발달하지 못한 지역을 위해 만들어진 거예요. 쇼핑 거리를 건물 내부에 옮겨놓음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죠. 거리가 발달된 도시에는 쇼핑몰이 많지 않아요. 방음벽도 마찬가지에요. 외국에서는 주로 방음벽이 고속도로 주변에 소음을 막기 위해 설치돼요. 그런데 서울 도심에서도 방음벽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죠. 도시만의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한적한 교외에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또한 주거의 목적보다 부동산 투자로 들어서는 아파트들도 도시에 어울리지 않아요.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파트 단지들은 전체적인 도시의 조화를 흐트러트리고 있어요.
 

▲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를 쓴 이경훈 교수가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시는 도시다워야 한다

건축학부 교수님께서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실 줄은 몰랐어요. 건축과 도시는 무슨 관계가 있나요?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도시에 대해 연구하게 되셨나요?
건축과 도시는 비슷하지만 사실 같은 분야는 아니죠. 그렇지만 건축은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시와 관련이 있어요. 도시에 있는 건물은 도시에 어울려야 하고, 전원형 건물은 자연에 어울려야 하죠. 그런데 서울에서는 도시를 이해하고 지은 건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남대문 광장을 가보면, 광장 주위의 건물들이 자신을 드러내려고 만들어진 까닭에 남대문의 모습이 부각되지 않아요. 그 때문에 남대문 광장은 그 의미가 흐려졌죠. 건축이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도시도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시에 전원형 건물을 세우는 것도 문제에요. 자연친화적인 건축을 하겠다는 의도인데, 도리어 그 건물이 도시 안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요.

도시 건물은 도시다워야 한다는 것이군요. 도시의 부정적인 면을 탈피하고자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요. 도시가 도시로부터 벗어나려할 때 더욱 도시문제가 커져요. 도시문제라고 일컫는 교통체증, 범죄, 저출산 등은 도시가 도시의 기능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거예요. 도시의 기능은 앞서 말했듯 사람을 배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따라서 도시문제의 해법은 그런 진정한 도시가 되는 것인데, 마치 도시를 악의 근원으로 파악하는 것 같아요. 그럴수록 도시는 도시로부터 멀어지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문제들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나기

아하, 이제 도시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서울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서울사람들’에게는 깍쟁이, 차도남 등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교수님께서는 ‘서울사람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세요?
가령 뉴욕사람을 뉴요커라고 부르고, 파리사람을 파리지앵으로 부르는 것과 같이 ‘서울사람들’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사실 서울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는 따로 없어요. 그런 단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을 때 부를 수 있거든요. 서울만의 특색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이를 다른 도시사람들이 부러워해야 비로소 ‘서울사람들’이라는 단어가 생기겠지요.

그렇다면, 서울사람들이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울사람들은 진정한 시민의 자세를 가져야 해요. 시민이란 계몽된 사람을 가리켜요. 시민은 ‘공화국’과 함께 나타났는데, 공화주의는 개개인이 양보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면 개인의 이익이 도리어 커진다는 견해예요. 그리고 이러한 공화주의 개념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 도시죠. 사람들이 서로 신호등을 지킴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면, 모든 사람들의 이동이 편리해지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런 공화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시민이라고 할 때, 우리 한국 사회엔 진정한 시민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좁혀서, 서울의 대학생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요?
대학생은 서울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중심축이죠. 그래서 대학생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문화 창단에 기여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시민’이 되는 것이 중요하겠죠.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해요. 다시 말해,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죠.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것이에요. 대학생들은 특히 문화의 측면에서 그러한 역할을 맡아줬으면 좋겠네요.

글·사진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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