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영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_ 사회부 장국영 기자와 김홍진 기자의 맞장토론!

 
김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는 정말 일품이었어. 진짜 ‘광해’와 그의 대역인 광대 ‘하선’, 카메라가 둘 중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었어. 광해는 자신의 신변에 대해 편집증적인 행동을 보이며 광기를 드러내지. 반면 천민 출신인 하선이 왕좌에 앉게 되면서 벌이는 촌극은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도 웃음을 줬어.

장 : 영화상에서는 진짜 광해가 의문의 병으로 쓰러지면서 한동안 하선이 왕 행세를 하게 되는 픽션이 가미되잖아. 구성적 측면에서 광해와 하선이라는 이중 설정은 역사적 인물인 광해군에 대한 극단적 평가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그리고 감독은 하선에게 보다 더 초점을 맞춤으로써 광해의 긍정적인 면모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김 : 맞아. 그러나 광해군이 정말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인물일까?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산군과 더불어 조선왕조에서 왕으로서의 칭호를 받지 못한 인물이야.

장 :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광해군은 백성들을 위한 정책들을 여럿 내놓았어. 특히 현대에서 통용되는 ‘비례세’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대동법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정책이었어. 지주들의 눈치를 봤던 이전의 왕들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광해군만의 매우 합리적인 정책을 폈다고 할 수 있지.

김 : 물론 대동법은 그 명목만 본다면 혁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광해군이 즉위한 시기는 임진왜란 직후였어. 왕의 권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때였다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대동법과 같은 정책은 기득 세력의 반발과 반란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지. 결국 대동법으로 인한 기득권의 반발은 인조반정으로 이어지는 한 원인이 됐어.

장 :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자”고 말했지. 정치는 그런 거야. 완벽과 이상을 지향하면 그곳에 완전히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광해군은 진정 백성을 생각했던 혁명가였지만 반정으로 권력을 잡은 인조에 의해 폭군으로 격하돼 버린거지.

김 : 체 게바라는 결국 이상만을 꿈꿨던 실패한 혁명가로 남았어. 현실적 요소에 대한 심각한 고려는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이야. 그러한 맥락에서 ‘중재’와 ‘조율’은 핵심적인 역량이지. 광해군은 금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중립을 지킴으로써 나라 밖에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지만 나라 안 정세에서는 그렇지 못했지. 정조가 명군으로 평가 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을 잠재웠기 때문이야.

장 :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어. 영화 속 왕인 광해와 광대인 하선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인 것처럼 광해군에 대한 평가도 하나로 모아질 수 없어.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광해군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역사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


김홍진 기자_ bj2935@uos.ac.kr
장국영 기자_ ktkt11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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